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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난해한 신작 “물 안에서 헤매는 기분 표현하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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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사실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별로 본 기억이 없다. 나름 영화광인데 유독 홍 감독의 영화만 제대로 감상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출시된 영화들의 제목 정도는 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등. 이제 좀 감상해보려고 할 타이밍에 모두가 다 아는 김민희 배우와의 불륜으로 인해 더욱더 찾아보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故 김기덕 감독도 마찬가지인데 홍 감독도 스캔들 이후 그동안 만들어왔던 영화들의 메시지가 결국 본인의 불륜을 합리화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홍 감독이 신작을 갖고 돌아온다. 작년 11월 출시된 영화 <탑> 이후 5개월만이다. 신작의 제목은 <물 안에서>이며 29번째 장편영화다. 그런데 장편영화 치고는 러닝타임이 짧은 편이다. 딱 1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냈을지 궁금한데 오는 12일 개봉한다.

 

역시 이번에도 홍 감독은 <물 안에서>로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사실 홍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의 단골이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베를린 영화제측은 <물 안에서>에 대해 “평소처럼 군더더기가 없지만, 훨씬 강렬한 방식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도대체 <물 안에서>는 어떤 영화일까? 참고로 김민희 배우가 제작실장을 자처해서 온갖 궃은 일을 도맡았고 직접 출연까지 한다고 한다. 아무튼 영화를 전공한 대학생들이 영화를 찍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가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것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일단 예고편부터 봤다. 카메라는 물 속 물고기들을 비추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하고 바닷가를 걸어가고 있다. 정말 물 속에서 물 밖에 있는 인물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선명하지 않고 살짝 흐릿했다. 61분간 이런 식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아웃 포커스’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실험적인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배우를 하겠다고 노력하던 젊은 남자 성모(신석호 배우)는 갑자기 자신의 창조성을 확인하겠다며 사비를 털어 자기 연출의 영화를 찍겠다고 한다. 같은 학교를 다녔던 세 사람이 돌과 바람 많은 큰 섬에 도착한다. 뭘 찍을지 모르겠는 젊은 남자는 하루종일 두 사람을 대동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넓은 해변에서 혼자 쓰레기를 줍고 있는 여자를 보게 되고, 남자는 그녀의 봉사활동에 감동 받아 그녀와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남자는 드디어 그 만남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되는데.

 

 

본인의 창조성을 확인해보고 싶어서 도전하는 것에 뭔가 공감이 갔다. 그러나 창조력은 그리 쉽게 발현되지 않는다. 창작의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성모는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털었다. 하지만 정작 뭘 찍어야 할지 모른다. 그야말로 물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홍 감독은 그런 성모의 심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제주도에서 만나게 된 낯선 여자는 영화학도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뮤즈로 작용할까? 기존 홍 감독의 영화처럼 또 낯익은 초록색 병을 늘어놓은 채 등장인물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신들이 길게 묘사될까?

 

<물 안에서>는 건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를 맡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제자들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다. 정말 일상 속 실제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신석호 배우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밝혔다.

 

(동료 배우들이) 같은 학교 후배라 그런지 처음부터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제주도에서 촬영하며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 자유시간도 가지며 여행 온 기분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다들 워낙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깊어 어려운 건 별로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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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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