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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정우성과의 의리에 ‘배신당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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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처럼 스포를 확인해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었는데 영화평을 검색해보니 졸작이라는 기사들만 수두룩했다. 그래도 워낙 정우성 배우를 좋아하는 팬심이 크다 보니 억지로라도 시간을 만들어서 친한 동생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갔다. 뭔가 오래된 팬으로서 의리로라도 비싼 영화값 내고 극장 가서 봐주고 싶었다. 작년 정우성 배우의 단짝 이정재 배우가 첫 연출을 맡은 <헌트>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관객 스코어, 평론가들의 평가, 대중들의 반응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래서 정우성 배우가 메가폰을 잡은 첫 작품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절망적이었다. 역대급 망작 테크를 타게 될 것이고 그러고 있다.

 

 

<보호자>는 언뜻 보면 구구절절 인물들의 사연팔이를 대거 생략하고 오직 액션 퀄리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액션 자체도 좀 별로다. <존윅>과 <아저씨>에서 주인공이 최소화된 대사를 치면서도 액션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전략을 세웠던 것 같은데 액션과 줄거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었다. 박평식 영화평론가는 “겉멋 두른 망상”이라고 혹평했다. <헌트>에 찬사를 보낸 이동진 영화평론가도 “예상대로 진행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모두 당혹스럽다”며 별 5개 중 1개를 줬다.

 

<보호자>는 수혁(정우성 배우)이 조직폭력배 생활을 청산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놔주지 않는 조직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큰 줄기다. <해바라기> 등 유사한 스토리물을 많이 봤을 법한데 정우성 감독 역시 클리셰 가득한 소재를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원래 맡기로 한 감독이 하차하고 영화 자체가 물건너갈 뻔했으나 정우성 감독이 결단을 내려 감독을 맡았는데 그냥 영화를 날리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무튼 클리셰 탈피에 매몰되어 스토리라인에 신경을 끄고 액션에 힘을 주게 된 것 같은데, 16년 전 영화계를 뜨겁게 달궜던 진중권과 <디워> 논란에서 CG에만 몰빵했던 심형래 감독의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일단 <보호자>는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긴 한데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성 부여와 관계 설명이 제로에 가깝다. 수혁은 잘 나가는 실력 조폭이었던 것은 알겠으나 어떤 조폭이었으며 어쩌다 조폭세계에 입문하게 됐는지, 관객이 그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전무하고 도무지 알길이 없다. 조직을 통째로 씹어먹는 과거 격투신 하나로 퉁치고 있으며, 출소 후 “내가 선택했던 모든 것들을 후회한다”고 읊조리던 수혁의 대사에는 설득력이 없다. 감옥에서 뭘 후회했고 왜 후회하게 됐는지에 대한 묘사가 없기 때문이다. 메인 빌런 응국(박성웅 배우)은 별로 빌런스럽지 않고 출소한 수혁을 악랄하게 괴롭히는 부분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2인자 성준(김준한 배우)이 수혁을 지독히도 괴롭히는 롤을 맡았는데, 살인 의뢰까지 할 정도로 그에 대해 시기질투심을 갖게 된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그냥 조직 전체가, 출소 후 조용히 살아가겠다는 수혁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그를 괴롭히려고 하는 건지 개연성이 심히 부족하다. 복선도 없고 그 어떤 상징 장치도 없었다. 설명이 너무도 빈약하다. 영화 자체가 불친절하기 그지없다.

 

소중한 사람을 허무하게 잃어봤던 <아저씨> 속 차태식(원빈 배우)이 “옆집 아저씨”라는 짧은 한 마디로 구해야 할 꼬마아이를 위해 악당들을 무찌르는 위험을 감수하게 됐을 때 뭔가 관객들에게 신빙성을 줬는데, 수혁은 자기 핏줄인 딸 인비(류지안 배우)를 구하는 아주 당위적인 설정 안에 있음에도 도무지 둘 사이에서 그 어떤 교감도 찾아볼 수가 없어서 그렇게까지 해서 구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지경이다. <아저씨>에서 차태식이 이미 죽은줄 알았던 꼬마에 대한 앙갚음을 위해 격분해서 괴물이 됐으나 알고 보니 꼬마는 생존해 있었다. 그러나 <보호자>는 반전이 없는 뻔한 결말로 전개된다. 물론 의외성이 아예 없진 않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거론하지 않겠다.

 

결론적으로 요즘 영화 티켓값도 비싼데 굳이 <보호자>를 봐야 할 사명감이 있지 않는 이상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차라리 2019년 개봉한 정우성 배우 주연의 <증인>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망할 때는 혹독히 망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더 성장할 수 있다. 정우성 배우도 종합 영화인으로서 얼마든지 감독으로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응원해주고 싶다. 다만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땐 들어야 한다. 이미 처참한 관객 스코어가 말해주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우성 감독이 성장통을 제대로 겪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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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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