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처럼 스포를 확인해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기존 <범죄도시1>과 <범죄도시2>의 문법과 전개 방식에 변주를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았다. 일단 키를 쥐고 있는 빌런이 2명이다. 마석도(마동석 배우)는 복싱 기술을 탑재해서 더더욱 강력해졌지만 악당들에게 꽤 크게 당한다. 시원한 주먹 한 방의 타격감은 여전하지만 복싱 스타일의 연타 테크닉을 더 많이 구사한다. 최종 빌런의 정체를 알아내고 그에게 다가가기 위한 경로는 심플하지 않고 복잡해졌다.
5월31일 <범죄도시3>가 개봉할 날만 기다렸다. 이날 19시50분 메가박스 전대점으로 가서 영화를 봤다.
결론적으로 <범죄도시3>는 여전히 재밌고 박진감이 넘친다. 개그 멘트와 코믹 요소들이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과연 전작의 흥행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물음표다. 2017년 서울에서 홀로 고생하고 있을 때 우연히 처음 보게 된 <범죄도시1>의 기억이 워낙 좋았던지라 범죄도시 시리즈의 광팬이 됐는데 <범죄도시3>는 전작들을 뛰어넘지 못 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별 5개 중 3.5개다. 함께 봤던 사람들도 장첸(윤계상 배우)과 강해상(손석구 배우)이 “워낙 세서...”라며 1과 2에 비해 조금 아쉽다고 평가했다. 다만 재밌었고 볼만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범죄도시3>의 메인 빌런 주성철(이준혁 배우)은 일본에서 넘어온 마약이 한국에 유통될 수 있도록 루트를 관리하며 돈을 챙기는 인물이다. 그런데 주성철과 함께 작업해왔던 일본 야쿠자 조직 ‘이치조구미’ 소속 토모(안세호 배우)가, 신종 마약 ‘하이퍼’를 몰래 빼돌려서 거래해오던 사실이 발각됐다. 이치조구미의 이치조 회장(쿠니무라준 배우)은 분개하여 토모를 처리하기 위해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배우)를 한국으로 보냈고, 토모는 보험용으로 하이퍼 20kg 물량(300억원)을 본인만 아는 곳에 숨겼다. 300억짜리 하이퍼를 숨기고 도망간 토모를 잡기 위해 팀 리키와 팀 주성철이 추적하며 경쟁한다. 한편, 하이퍼가 국내에 유통되어 살인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자 사건을 접한 서울광역수사대 소속 마석도까지 리키와 주성철의 경연장에 뛰어들어 이 둘과 만나게 되는 과정이 <범죄도시3>의 줄거리다.
주성철은 조폭이 아니다. 무엇보다 장첸이나 강해상과 달리 물리적 전투력이 부각되지 않고 계략과 지능에 능한 빌런이다. 물론 기본적인 전투력은 나쁘지 않고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악랄함을 탑재했다. 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메인 빌런의 잔혹함이 덜 묘사된다. 리키를 이용해서 마석도를 함정에 집어넣고 하이퍼를 확보하는 두뇌력이 핵심인 캐릭터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정도의 전투력으로 마지막에 마석도와 1대 1로 붙으면 싱겁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석도가 이기는 걸 알고 있지만 붙었을 때 비등비등할 것 같은 인상을 줘야 하는 게 범죄도시의 원동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극적인 맛이 떨어졌다. 마석도가 겪는 곤궁함은 <범죄도시3>가 역대급이었지만 그것은 리키 담당이다. 메인 빌런이 주성철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마석도에게 가장 많은 타격을 입히는 상대가 리키라는 점이 <범죄도시3>의 키포인트다.
단일 빌런의 부하나 조력자가 빌런 못지 않게 악마의 모습으로 나오기 보단, 경쟁하는 두 빌런이 동등하게 존재감을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이상용 감독의 선택인 셈인데 되려 빌런의 파괴력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 실제로 마석도와 주성철이 1대 1로 대결하는 파이널 장면도 전작들에 비해 좀 싱거웠다. 아무튼 이런 부분이 가장 아쉬웠고 전작들에 비해 범죄도시의 강점을 약화시킨 핵심 요인이었는데 어찌보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범죄도시 세계관의 클리셰를 탈피하기 위해 변주를 줘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석도의 동료 형사들이 사실상 병풍이 된 것 같다. 존재감이 많이 쪼그라들었다. 전작의 전일만 반장(최귀화 배우)이 수행해주는 역할을 장태수 팀장(이범수 배우)이 넘겨받았는데 너무 존재감이 미미하다. 특별히 한 게 없다. 그나마 마석도의 곁을 지키는 김만재 형사(김민재 배우)가 팀워크를 보여주지만 뭔가 비중이 아쉬웠다. 독자적으로 범인을 체포하는 <범죄도시2> 강홍석 형사(하준 배우)와 김상훈 형사(정재광 배우)의 협력 전투신이나, 빌런에게 칼을 맞는 오동균 형사(허동원 배우)의 부상 장면 등 그러한 핵심적인 묘사가 현저히 부족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양념 역할이었다. 장이수(박지환 배우)의 대체자로 2명이 등장했는데 마약을 포장하는 김양호(전석호 배우)와, 조폭 출신 중고차 사기업자 초롱이(고규필 배우) 모두 무지하게 재밌다. 개그 캐릭터로서 제격이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석도의 판타지물이다. 수사 절차와 영장을 무시하고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나쁜놈과 보호해야 할 선한 사람을 완벽하게 분리해놓고 전자를 시원하게 조지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공공의 적’ 시리즈와 ‘베테랑’도 마찬가진데 나쁜놈들에게 가해지는 마석도의 응징은 범죄도시 유니버스에서 용인될만한 핍진성이 있다. 그래서 마석도는 무적이다. 나쁜놈을 조지는 과정에서의 번거로움만 존재할 뿐 싸울 때 큰 위기에 처하진 않는다. 오히려 마석도 역시 심하게 두들겨 맞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관객들이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그런 현실성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시원함과 타격감을 유지해주면서 변주를 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범죄도시3>의 결핍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봐줘야 되는 게 범죄도시 시리즈다. 바로 예약하고 꼭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