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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프리뷰 썼는데 리뷰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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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드디어 화제의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극장에서 감상했다. 직전에 프리뷰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프리뷰를 쓰면서 “반드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의 기본 얼개는 재난이 삐져나오려고 하는 문을 단속하는 것이다. 주인공 스즈메(하라 나노카 성우)는 규슈의 시골 마을에서 이모와 같이 사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폐허에 남겨져 엄마를 찾다가 어떤 여성을 만나는 이상한 꿈을 꾸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 긴머리의 잘생긴 청년 소타(마츠무라 호쿠토 성우)는 가업을 영위하기 위해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이다. 소타는 전국에 있는 폐허를 찾아 재난이 현실 세계에서 빠져나오려는 ‘문’을 잠그는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재난을 막는 사람이 바로 소타다. 몇 백, 몇 천, 몇 만명의 목숨을 책임지는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돈이 되는 일도 아니라서 소타는 교사를 지망하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조금 흡사한 부분이 있다. 둘 다 주인공이 싼 배설물을 직접 치우는 영화다. 일단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배우)과 헐크 브루스 배너 박사(마크 러팔로 배우)는 지구 수호의 목적으로 굳이 최강의 인공지능 울트론을 만든다. 지구를 지킬 목적으로 만든 울트론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완전히 폭주해 오히려 세상의 위협이 된다. 이에 아이언맨과 헐크는 다른 어벤져스 히어로들과 함께 자신들이 만든 울트론을 다시 제압해야 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초반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스즈메는 괜히 소타에게 호기심이 생겨 폐허로 들어간다. 거기서 문만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기해 돌아다니던 도중 돌을 뽑아버리는데 그게 ‘요석’이라는 것이다. 왠지 뽑지 말아야 할 것처럼 생겼지만 주인공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버렸다. 보면서 탄식했다. 그 요석은 살아있는 고양이로 변해 그냥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요석은 붙박이로 있으면서 재난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그걸 뽑아버렸으니 재난 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문단속’은 원래 소타가 하는 일이다. 전혀 이 일과 상관도 없던 스즈메는 결국 의자가 되어버린 소타 대신 전국을 유랑하며 문을 닫는 일을 해야 했다. 문을 닫으면서 ‘다이진’이라는 고양이로 변한 요석도 함께 찾아다녔다. 의자로 변한 부분도 정말 흥미로웠다. 소타가 인간으로 있는 모습은 영화 초반과 후반에만 잠깐 볼 수 있다. 나머지는 전부 작은 의자의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 또한 참 독특했다. 의자 디자인도 뭔가 정감가게 생겼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의 재난은 거대한 촉수의 모습이다. 그 크기와 위용이 정말 압도적이었는데 ‘미미즈’로 명명되었다. 정말 재밌는 것이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거대한 촉수는 주인공들의 눈에만 보인다. 일반 사람들은 볼 수가 없다. 중반부로 가면 드넓은 도시 도쿄를 집어삼킬 정도로 미미즈가 커지는데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로드무비적 성격도 갖고 있다. 스즈메와 (의자로 변한) 소타는 전국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한결 같이 스즈메 일행에게 호의적이었다. 덕분에 스즈메는 다른 문들을 열심히 막고 다닐 수가 있었다. 중반부에 소타의 친구 ‘세리자와 토모야’를 만나 요석이 되어버린 소타를 찾아 나서는데 토모야의 스포츠카를 타고 도쿄에서 센다이까지 1000km의 거리를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야말로 일본 열도를 훑고 지나가는 로드무비가 아닐 수 없었다.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들은 확실히 제이팝의 매력을 여실히 느끼게 해줬던 것 같다. 사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는 멜로디 선율이 극의 분위기와 감동을 극대화시켰다. <스즈메의 문단속> OST는 일본 유명 락밴드 REDWIMPS가 맡았다. 이미 신카이 감독의 전작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에서도 OST를 담당했던 바 있다.

 

 

스즈메는 2011년 3월 일본 전체를 트라우마에 빠트린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다. 어린 시절의 스즈메는 이 재난으로 한창 엄마가 필요할 나이에 엄마를 잃었다. 울면서 엄마를 찾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이런 트라우마는 스즈메의 내면에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꿈 속에서 어린 스즈메에게 나왔던 의문의 여성은 바로 17세가 된 스즈메 자신이었다. 스즈메가 문을 닫고 다닐 때마다 폐허가 되기 전 그곳이 삶의 터전이었던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가 들린다. 재난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파괴한다. 뻔한 말이지만 재난으로 희생된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가족, 친구, 지인이다. 아무 이유없이 재난에 희생된 일본인들의 트라우마를 어루만진 영화가 바로 <스즈메의 문단속>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즈메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에 대해 짚어보고 싶다. 비록 실수로 요석을 풀어주긴 했어도 스즈메는 최선을 다해 재난을 막는다. 이유는 없다. 응당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소타는 스즈메에게 “죽음이 두렵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스즈메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소타 대신 요석이 될 각오까지 한다. 이유가 없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거창한 사명감 따위 없어도, 그냥 해야 하는 일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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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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