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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⑦] 남친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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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이전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해주지 못 해 미안해. 내가 얼마 전까지 상태가 매우 안 좋아서 평소의 한연화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고 있어. 그렇다보니 내 특유의 문체를 잃고 말았던 점, 그로 인해 당신에게 혼란을 준 점에 대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해. 알잖아. 고민 상담을 해주는 사람도 결국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걸. '신'처럼 어떤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결국 하나의 인간이라 감정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고민 상담을 할 수도 없다는 걸. 아, 그렇다고 해서 당신에게 그걸 알아달라는 것은 아냐. 일은 일이고, 나는 내가 일로 대해야 하는 당신 앞에서 내 상황에 대해 징징거릴 생각은 없으니까.

 

각설하고. 당신은 분명히 남자친구가 유부남인 걸 2년 내내 몰랐다고 했어. 그래, 이해해. 2년 동안 총각인줄 알고 만났던 남자친구가 유부남이라니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겠지. 사랑했고 존경했고 이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아. 나는 당신의 심리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고민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고, 그렇다는 건 지금 당장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내가 알려줘야 한다는 거니까. 한가하게 사랑이 어쩌네 존경이 어쩌네 할 여지가 나에게는 없어. 그럼 중요한 게 대체 뭐냐 싶을 거야. 그래, 맞아.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정말 2년이나 만나는 내내 유부남인 걸 모를 수 있었느냐’야. 

 

2년 동안 만났고 거의 매일 붙어있다시피 할 정도로 같이 있던 시간도 많았는데 오늘 카톡으로 와이프되는 사람인데 계속 만날거면 얼굴 좀 보자고 연락와서 전화를 했다. 그 여자가 받아서 이런 적이 한 두번도 아니고 이름이 뭐냐 얼마나 만났냐고 물어봐서 아무도 못 믿겟어서 그냥 끊어버렸다. 나 너무 황당하고 진짜 어이없다. 내 주변 지인이나 회사 동료들도 다 아는데 내가 멍청한건가봐. 제일 믿고 존경하던 사람이 그렇다니까 믿겨지지 않아. 일도 안 되고 당연히 끊어내야 되는데 나 어떻게 해야돼. 동네 창피해. 이걸 누구한테 말할 사람도 없고 힘들다. <고민글 출처 : 블라인드 / 2022년 11월15일>

 

 

2015년 헌법재판소에서 형법상의 간통죄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간통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 유부남과 바람을 피웠다 해도 당신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진즉 사라진 거지. 하지만 그것이 민사상의 책임까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야. 어쨌건 당신은 현재 타인의 혼인계약을 파기하게 하고 신성한 가정을(가정이 신성하다는 말은 개나 줘버리고 싶지만 어쨌든) 깨뜨린 내연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이것을 달리 말하면 당신은 지금 혼인관계와 가정생활 및 배우자에 대한 신뢰가 파탄에 이른 배우자가 배우자의 내연 상대에게 거는 소송인 상간자 소송의 피고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 이제 상황의 심각성이 좀 이해가 가? 

 

물론, 상간자 소송에서 당신이 남친의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인정되려면 첫째, 그 아내가 당신과 남친이 내연관계였음을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을 갖고 있어야 해. 흔히들 그러지. 섹스 안 하면 바람 안 피운 거 아니냐고. 그런데 섹스 안 하면 바람 안 피운 게 되는 건 (형사처벌이 가능한) 간통죄인 거고, 민사상 소송에서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만남을 가지고 애정행각을 한 증거가 있으면 내연관계로 인정되거든. 자,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보자고. 당신과 남친이 만난 기간이 무려 2년이라고 했지? 남친이 과연 그 기간 동안 아내에게 나 바람피우고 있으니 증거 수집하쇼 하고 가만히 있었을까? 물론 절대 아니지. 남친은 어떻게든 증거를 인멸하고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했을 거야. 무려 2년 동안이나. 하지만 남친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이 2년 동안이나 증거를 인멸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내연 사실을 확인하고 그 상대에게 연락을 해왔어. 내가 보기에 이것의 의미는 하나야. ‘남친의 아내가 당신과 남친의 불륜관계를 입증하는 물증을 확보했다’는 거지.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는 거냐 싶겠지. 이대로 위자료를 물어줘야 하냐 싶을 거고. 하지만 걱정 마. 상간자 소송에서 위자료 지불 대상이 되는 요건 두 번째가 아직 남아 있으니. 바로 ‘상대가 배우자와 가정이 있는 상태임을 알고도 만남을 지속했는지’ 여부야. 즉,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지. 어라? 벌써부터 얼굴 펴지는 소리 들린다? 그런데 알고 있다시피 한국의 법정은 증거중심주의이고, 이것은 남친의 아내가 당신이 유부남인줄 알고도 만났다는 사실을 증거로 들이밀더라도 당신이 정말 유부남인 걸 몰랐음을 스스로 반증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

 

그래서 이 글을 보는 즉시 내 말대로 해. 지금 당장 남친에게 전화든 카톡이든 연락을 해. 통화를 할 거면 녹음 기능을 켜고, 문자나 카톡으로 할 거면 해당 화면을 캡쳐해. 반드시 “너 나한테 유부남이라고 한 적 없지 않냐. 어떻게 2년 동안 나를 속일 수가 있냐? 나는 네가 총각인 줄 알아서 만난 거지 유부남이었다면 처음부터 안 만났을 거다. 그러니 이제 끝내자. 더는 연락하지 마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 그리고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 사과를 받아내는 즉시 연락을 끊고 만나지 마. 그렇지 않으면 유부남인 걸 알고도 만난 고의성이 입증되어 꼼짝없이 위자료를 물어야할 테니까.

 

아, 법적인 문제는 이쯤 하고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어. 요즘에는 익명 게시판이나 남의 SNS에 올라온 글을 가지고 글 속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의 신상을 파악하고 여기저기 공개하는 것이 참교육이라고 믿는 이상한 사람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어. 이럴 때 그 아내가 홧김에라도 익명 게시판이나 SNS에 “남편이 2년째 바람을 피웠습니다”라는 식으로 글을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주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당신의 신상이 털릴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당신은 특정한 사람들에게 ‘유부남을 꼬여낸 불여시’가 되어 조리돌림을 당할 수도 있겠지.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처녀가 유부남을 만나면 “저년이 얼마나 불여시 같이 앵겼으면 남자가 꼬임에 넘어갔겠냐”라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달리 말해,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각색된 사연을 알게 되면 당신이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하려고 해도 가로막힐 수도 있고, 나중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려고 해도 뭔가 과거의 일이 다시 알려지게 될 수도 있다는 소리지. 한 마디로 인생 종치는 거야.

 

명예훼손으로 그 아내를 걸고 넘어진다 해도 어쨌든 이 사실이 허위냐 사실이냐를 다뤄야 할텐데 바람을 피운 것은 사실일테니 결국 당신만 불여시 되는 건 사실이고 말이지. 아, 나도 앉아서 당하고 있으라고는 안 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나라면 말야, 일단은 드릴 말씀이 있으니 만나자고 하고 당신의 남편과 연락을 끊고, 더 이상 만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겠어. 혹시 마주칠 수도 있으니 직장도 옮기겠다, 이사도 가겠다, 어떻게든 당신 남편과 마주치는 일조차 없도록 하겠다, 그러니 어디에 글을 올리거나 그러진 말아달라고 싹싹 빌 거야. 필요하다면 눈물 콧물 다 짜내고 무릎도 꿇고 빌겠지. 옷은 최대한 어둡게 입고 가고 화장이나 향수나 장신구도 안 하고 초췌한 몰골로 가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인 척 하며 붙들고 매달리겠지. 자존심?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앞으로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한 일도 하라면 해야지. 

 

명심해. 지금 당신이 어떤 마음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지금 당장 움직여. 남친한테 연락해서 사과 받아내고, 그 아내한테 매달려서 빌어. 그러고 나면 정말로 직장도 옮기고 이사도 가서 남친과 마주치는 일조차 없게 해. 지인들이며 회사 동료들은 남친과 아는 사람이 겹친다면 당분간만이라도 관계를 끊도록 하고. 꼭 내 말대로 해. 그래야 당신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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