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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말고 ‘남친 부모’한테 집값 빌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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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54번째 사연입니다. 한연화씨는 알바노조 조합원이자 노동당 평당원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칼럼니스트]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혹시 영화 ‘베테랑’ 본 적 있어? 거기서 보면 재벌 3세 조태오가 이런 말을 하거든. “아저씨, 어이가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맷돌 손잡이 있죠? 그걸 어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 맷돌 손잡이가 똑 빠져버렸네? 이걸 어이없다라고 하는 거예요. 나 참, 어이가 없네.” 이 영화 때문에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아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사실은 아냐. 맷돌 손잡이는 맷손이고, 어이없다는 말은 미처 생각하지 못 한 일이 벌어져 황당하다는 뜻이지.

 

 

아무튼 내가 이 얘기를 왜 하냐. 당신 여자친구 진짜 뭐하는 사람이야? 직장이 양재동이고 오천을 모은 걸 보면 적어도 정규직으로 사무직 일을 하고 있을 정도의 학력과 능력은 된다는 소리인데 생각이 이렇게밖에 못 박혀 있나 싶어서 좀 어이가 없네? 뭐 여자친구와 결혼을 안 하려고 한다니 그건 백 번 잘 한 건데 그것과는 별개로 대체 왜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을까 모르겠어.

 

아니 결혼은 뭐 혼자 해? 결혼해서 같이 살 집을 구하려면 그동안 모은 돈 다 보태는 건 당연한 거잖아. 둘이 그동안 모은 돈 다 털어서 어디에 시세 얼마 정도 되는 집을 월세로 할 것인지, 전세로 할 것인지, 매매로 할 것인지. 이야기하고 정 조건이 안 맞으면 다른 지역을 알아보거나 같이 대출을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결혼이라는 게, 더구나 연애 결혼이라는 게 애초에 그런 거잖아. 내가 이 사람과 함께 사는 동안에는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함께 헤쳐 나갈 거고, 그 시작은 지금부터다. 이런 게 결혼이고, 결혼 준비 아니냐고. 뭐 옛날에야 부모가 증여 개념으로 아들한테 집 해주고, 딸한테는 지참금 개념으로 혼수랑 예단 해주고 이러는 게 당연했지만 그게 대체 언제적 얘기야. 평생 일해도 내 집 마련 못 하다보니 여자도 집값 보태는 게 당연하고. 혼수 그거 해와봐야 언젠가는 바꿀 거고. 예단이야 받아봐야 쓰지도 않고 처박아두는 거 안 받고 마는 게 요즘 세상인데 당연히 남자고 여자고 같이 집 마련하고 살림살이 장만하는 건 당연한 거지. 그런데 한쪽 부모한테만 돈을 보태달라? 와. 이거 무슨 경우니 대체?

 

거기다 내가 어이가 없는 건 그렇게 큰 돈 보태주고 나면 부모는 노후에 어떻게 하라고? 요즘 평균 수명 길어. 보험도 100세 만기가 수두룩할 정도로 평균 수명이 80세, 90세까지인데 그동안 쥐꼬리만한 돈으로 살라고? 나이 먹으면 돈벌 데도 없고, 국민연금 그거 있어봐야 개인 연금만도 못 하는데 이거 인간적으로 너무한 거 아니냐? 물론 돈이 썩어나는 집이야 집 그까짓 거 몇 푼이나 간다고 하면서 턱 하니 해줄 수 있어.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어디 그러니? 그런데 자기 부모도 아니고 남의 부모 노후 자금을 탐내? 이거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사람 맞아? 머리에 총 맞은 건 아니고? 긴말 필요 없이 내가 우리 아빠한테 가서 “아빠 나 결혼할 건데 집값 보태줘”라고 하면 우리 아빠는 아마 오뉴월에 개패듯 나 팰 거야. 이제 보니 내가 딸이 아니라 도둑을 키웠다면서 지겟작대기 들고 나와 먼지 나게 팰 걸? 네가 아빠 늙으면 요양원 안 보내고 모시고 살 것도 아니면서 무슨 개소리냐고 욕 한 바가지 퍼붓는 건 기본이고 말이지. 이런 거야. 내 부모한테 집값 보태달라고 해도 맞아 죽을 판에 남의 부모 돈을 탐내? 내가 아무리 이해를 해주려고 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진짜.

 

하아. 이게 당신 여자친구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인데 저기요. 우리 인간적으로 이러지들 맙시다. 자기만 생각할 거면 자기 부모만 생각할 거면 결혼 왜 해요? 이 사람이 좋으니까 이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으니까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 사람과 헤쳐 나갈 거니까 결혼하려는 거 아니야? 그런데 상대방에게만 상대방의 부모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거면 그 결혼 하지 말아야지. 그건 결혼이 아니라 상대방을 호구잡는 거니까.

 

하아. 이야기가 길어졌네. 어쨌든 결혼을 하려면 상대방에게만 일방적으로 뭔가를 요구하지 마. 그거 인간적으로 해서는 안 될 짓이니까. 결혼 뿐만이 아니라 친구관계든, 부모자식관계든 일방적으로 요구하지 말라고. 정말 내가 인간이 맞다면 말야. 그리고 당신. 당신은 지금 하나만 하면 돼. 나쁜 새끼라고 했으니 그대로 돌려줘. 너 정말 나쁜 여자다.... 그렇게 문자 보내봐. 진짜 나쁜 여자는 여자친구인데 당신이 나쁜 새끼 소리 들을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자. 오늘 내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 나는 요즘 할 일이 많아서 이만 쪽잠을 자러 가니 다음 상담 때 더 좋은 컨디션으로 보자고. 그럼 이만 나는 자러 간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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