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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㉚] 내 남친 얘기 들어줄래? “폴리아모리에 데미섹슈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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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와. 드디어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가 30회째네! 다들 축하 안 해줘? 흠, 나 서운하려 그러네. 30회나 고민을 상담해줬는데 축하도 못 받다니. 뭐? 박수라도 쳐주면 되냐고? 아냐 아냐. 그냥 해본 말이야. 홧김에 서방질 한다더니 진짜 무슨 말을 못 하겠다. 대신, 오늘은 당신들의 고민을 상담해달라고 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해. 별 건 아니고 그냥 편하게 앉아서 들어달라고.

 

 

다들 궁금하지 않아? 고민을 상담해주는 사람은 어디 가서 누구에게 고민을 상담하는지, 또 대체 무슨 고민이 있는지. 나도 당신들과 똑같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 하겠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고 또 내가 정말 잘 버텨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등등. 물론 연애 고민도 없을 수는 없지. 나도 사람이고. 그동안 꽤 오래 별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다 만나며 속앓이도 해왔고, 또 내가 정말 좋아하게 된 누군가는 대놓고 “나는 너에게 아직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아”라고 했지. 지금 그 사람이 내 애인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지만 말야.

 

각설하고 나는 요즘 내 애인 때문에 골때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 아니 당신들 말야. 세상에 ‘호감’이라는 말을 ‘우정’과 동의어로 쓰는 사람이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적 있어? 하 맞아. 짐작했겠지만 내 애인이 그래. 아니 글쎄 얼마 전에 나랑 전화통화하면서 “너 말고 호감이 있는 여성이 하나 더 있어”라고 하는 거야. 그 말 듣는데 내가 어땠겠냐. 순간 깊은 빡침이 올라옴과 동시에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 확 들더라니까. 나는 애인의 또 다른 애인을 용납할 만큼 마음보가 태평양 앞바다인 여자가 아니거든. 그러니 당연히 지금 이 새끼가 뭔 소리를 하나? 지금 이거 나랑 끝내자는 건가 싶을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내가 “보통 그 말을 하면 나랑 끝내고 싶다는 걸로 알아듣지”라고 했더니 자기는 정말 몰랐대. 자기는 정말 우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우정을 느끼는 상대에게도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는 거야. 와 이거 진짜 말이 안 나오더라. 이 새끼가 진짜 모르고 이러는 건가 싶어서 “보통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하면 그건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야”라고 했더니 자기는 진짜로 친구에게도 호감이란 말을 쓴다는 거야. 와. 내가 얼마나 머리가 아팠겠어. 진짜 이 인간 왜 이러냐 싶었다니까.

 

그뿐이 아냐. 내 애인은 심각한 폴리아모리스트거든. 그러니까 다자 연애주의자, 다시 말해 한 사람만 좋아하거나 한 사람이랑만 연애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사람을 좋아하거나 여러 사람과 연애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물론 이렇게 설명하면 “그냥 바람둥이 아니야?”라고 하겠지만 그건 아냐. 애초에 다자연애라는 관계는 기존 파트너가 있다면 그 사람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거거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게 있지. 나는 절대 애인의 다자 연애관계에 동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내게 연애는 어디까지나 모노아모리 그러니까 1대 1 독점 연애관계거든. 그런데 내 앞에서 “나는 폴리아모리스트라 너 말고도 다른 사람과 깊은 연애관계가 될 수 있어”라는데 내가 얼마나 빡쳤겠어. 정말 딱 한 5년에서 10년 어치의 빡침이 올라오는 것 같더라니까.

 

그래서 나는 “애인이 나 말고 다른 사람과도 연애관계를 맺는 걸 참아주는 사람이 아냐”라고 하니까 “그럼 너는 애인과 헤어지면 친구나 다른 관계로 못 지내?”라고 묻는 거 있지. 아니, 이 사람아, 그거랑 그거랑 같냐고요! 전애인과 친구로 지내는 거랑 애인이 나 말고 다른 사람과도 사귀는 걸 참아주는 게 어떻게 같냐는 말이야! 와아아아악. 나 진짜 돌아버리겠더라니까. 당장이라도 돌아버리겠는 걸 꾹 참고 둘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해주니까 그제야 “나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어”라는데 대체 31살이나 잡수실 동안 뭐하고 사셨어요? 예?

 

게다가 더 환장하겠는 건 뭔지 알아? 내 애인은 데미섹슈얼이야.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냐. 내 애인은 사실상 무성애자로 분류되는 사람이라는 거지. 사랑 등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건 아닌데 나나 당신들처럼 ‘이 사람이 좋아’, ‘이 사람을 사랑해’ 같은 로맨틱한 감정이 ‘이 사람과 하고 싶다’는 성적 끌림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과 연애관계를 맺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고 무척이나 가까워져야 그 사람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란 말야. 그래 여기까지 얘기했으면 짐작이 가지? 맞아. 계속 못 하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못 할 것 같고. 뭐 그렇다고 내가 섹스에만 환장한 사람도 아니고 못 참을 건 없지만 꽤 오랫동안 욕구 불만일 거 같다는 소리야.

 

이 정도까지 얘기하면 “대체 왜 사귀세요?”라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지 몰라. 솔직히 당신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고. 여기에 대한 내 답은 이거야. “현생의 그를 사랑하기로 한 것은 현생의 나니까. 현생의 한연화가 현생의 그를 사랑하니까.” 그래 나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나니까 함께 가기로 한 거야. 내 대답은 이걸로 됐으려나. 그리고 끝으로 내 애인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하자면 이거야.

 

내가 너 좋아하겠구나 싶었던 그때 들이대지 그랬어.

 

자 이것으로 30회를 맞아 털어놓은 한연화의 이야기는 우선 이걸로 끝. 앞으로 50회 특집도 이렇게 맞이할 날을 기다리며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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