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한연화] 하아. 정말 힘들겠네. 우선 이 말부터 해주고 싶다. “와. 당신 그동안 정말 힘들었겠다. 대체 어떻게 참고 살았어?” 아니 나도 담배 피울 때는 비흡연자들이 왜 흡연자들 싫어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담배 피우고 나면 내 옷이며 손이며 입이며 온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잖아. 내가 머물렀던 장소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담배 피울 때는 그걸 몰랐다고. 내 몸에서, 내가 머무는 곳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지조차 몰랐다고. 왜냐 나에게는 그게 익숙한 거니까. 그러다가 폐렴 때문에 담배를 끊고서야 알게 된 거지. 아 담배 냄새가 이런 거였구나. 그동안 이게 나한테서도 났겠구나. 나는 지금 폐가 안 좋아져서 담배 연기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도 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카페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는구나. 그동안 나도 저랬을 것 같은데 그때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양심없는 인간으로 비춰졌을까 하는 게 이제서야 들어오더라니까.
경기권 대학교 앞 원룸에서 친구와 함께 자취하는 대학생인데 이 친구와 살게된지는 1년 정도 됐습니다. 처음엔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웠는데 요즘엔 자꾸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웁니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담배 쩐내가 나서 힘듭니다. 친구한테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지 말고 나가서 피우라고 얘기를 해도 추워서 밖에 못 나가서 피겠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친구가 나가서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3년 4월11일>
각설하고 배려없는 흡연자와 같이 사는 거 그거 정말 힘들어. 나는 지금 고시원에 살고 있거든. 그런데 하아. 고시원에 공용 빨래건조대가 있는 공용건조공간이 있는데 글쎄 그 바로 앞이 흡연 공간이라니까. 아니 상식적으로 빨래 건조대 바로 앞에 의자랑 재떨이 두고서 흡연 공간을 만들어놓는 게 말이 돼? 그럼 어떻게 될까. 당연히 빨래를 널면 빨래에 담배 냄새가 다 배겠지. 안 그래? 하아 진짜 그래서 내가 빨래 할 때마다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라니까. 생각을 해봐. 겨울용 니트 같은 건 담배 냄새가 한 번 배면 더럽게 안 빠지는 옷인데 거기에 담배 냄새가 쫙 배어버리고 몇 벌 없는 내 셔츠며 블라우스에도 담배 냄새가 배어서 중요한 날 입고 나가려면 신경이 쓰여 미칠 지경인데 이거 살 수 있겠냐고? 담배를 피울 거면 옥상에 가서 피든가 아니면 건물 밖으로 나가서 피우면 되지 그거 나가기 귀찮다고 공용건조공간을 흡연 공간으로 만드는 건 대체 무슨 경우냐 이 말이야. 게다가 더 열받는 건 뭔지 알아? 내가 빨래 널고 있는데 그 앞에 와서 담배 빨면서 “아이구 미안합니다.” 그런다는 거야. 야! 이 새끼야! 미안하면 미안할 짓을 하지 말든가. 빨래 널고 있는 거 버젓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 꾸역꾸역 기어와서 담배 피우는 주제에 뭐? 미안합니다? 지금 나랑 장난하냐? 하지만 어쩌겠어. 이런 일로 싸우기는 싫으니 “아니에요.” 하고 말지 뭐. 아오, 얘기하다보니 갑자기 빡치네. 내가 이러니 술을 줄일 수가 없어요. 아 이따 또 한 잔 해야겠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 친구도 빨래 널고 있는 사람 앞에서 보란듯이 담배 피면서 “아이구 미안합니다.” 하는 그 양반들이나 마찬가지로 양심에 털 난 게 확실해보여. 뭐? 추워서 못 나가겠어? 허이구. 그래 핑계없는 무덤 없다고 핑계 삼자면 모든 게 다 핑계가 될 수 있는 거지 뭐. 추우면 추워서 못 나가고, 더우면 더워서 못 나가고, 비오면 비와서 못 나가고, 눈오면 눈와서 못 나가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서 못 나가고. 그래 다 좋다 이거야. 그런데 같이 사는 비흡연자는 무슨 죄야?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내가 담배를 피지도 않는데 화장실에서 담배 쩐내를 맡아야 하며? 간접 흡연 및 3차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를 봐야하는데?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한 거잖아. 하아 담배를 피려면 나가서 피고, 담배 피고 나면 손이라도 씻고, 양치라도 하고, 옷에 페브리즈라고 뿌리시라고요. 그게 같이 사는 사람에 대한 배려 아니야? 지금 당신 친구는 당신에 대해서 “친구가 돼가지고 그거 하나 이해 못 해주냐?” 이거 같은데 이 문제는 친구가 아니라 엄빠가 그래도 너 죽고 나 죽자고 대판 싸울 일이야.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안 그래?
긴 말 필요 없이 “다 됐고 꺼져”라고 해. 집 계약할 때 누구 명의로 계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명의라면 그 친구한테 나가라고 하고. 친구 명의면 그냥 짐 싸서 나와버려. 이거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그래서야 살겠냐고. 그러다 간접 흡연 및 3차 흡연으로 폐암 걸리는 건 둘째 치고 화병이 날 판이니까. 긴말 필요없이 내 말대로 하고 더 이상 스트레스 받지마.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게 전부니까.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