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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㉔] ‘야한 영상들’로 가득한 남친의 유튜브 기록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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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일단, 이번 시간은 고민 상담이기 보다는 흔히 말하는 ‘벗방’이라 불리는 성인방송에 대해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 남자친구가 노출이 심한 유튜브 영상을 검색해서 보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당신의 솔직한 심정에 내가 더 상담을 해줄 것은 없을 것 같으니 그냥 내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도록 할게.

 

혹시 여자친구 있는 남성분들 노출이 심한 영상 보시나요? 제가 남자친구 유튜브 기록을 어쩌다 봤는데 여자가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고, 심지어 아랫도리는 안 입고 있는 상태로 그 부분만 살짝 가려서 올린 영상을 보고, 또 정말 정말 야한 옷을 입고 세차하는 영상을 보고 그러더라구요. 이런 거에 기분 나빠하는 제가 좀 잘못된 건가 싶어서 물어봅니다.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0년 11월11일>

 

 

사실, 나는 전부터 벗방에 대해 뭔가 기괴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물론, 자기의 벗은 몸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아는 바이고, 성인이 그 통로로 무엇을 택하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우선은 여캠이라 불리는 성인방송 여성 BJ들의 수가 굉장히 많아. 아프리카TV, 팝콘TV 등 전문 방송채널도 꽤 되고 굳이 전문채널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트위치, 틱톡 등 SNS를 통해 누구라도 옷을 벗고 방송을 할 수 있고, 또 그 방송을 볼 수 있어. 그렇다면 그 많은 여성 BJ들이 모두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벗은 몸을 보여주는 것이 좋아서 그러고 있는 걸까. 내 의문은 여기에서 시작했어.

 

알잖아. 수요와 공급의 법칙. 수요가 먼저인지, 공급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어떠한 재화나 용역 등이 공급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그에 맞춰 그것을 공급하는 시장도 커진다는 걸. 누가 처음 벗방을 시작했고, 그걸 보기 시작했는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특히 남성 시청자들이 예쁘고 몸매 좋은 여성들이 옷을 벗고 몸을 보여주는 것을 보느라 돈을 쓰는데 과연 그 여성들을 이용하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야. 이미 그 시장은 확고하게 형성되어 자리잡고 있고, 사진모델 등을 구하는 카페나 사이트에 가보면 성인방송 여성 게스트나 BJ를 구하는 남성 BJ들, 소위 말하는 ‘엔터테인먼트’들의 구인글이 여기저기 넘쳐나고 있어. 하나같이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수위가 세지 않다고 이야기하지. 하지만 얼마 전 어느 여성 BJ의 폭로로 밝혀진 것처럼 주로 가진 것이라고는 외모 밖에 없는 가난한 젊은 여성들은 눈 딱 감고 벗으면 끝나겠지, 얼마 안 할 거야 하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고, 이리저리 돈을 떼이다 약속한 수익금의 절반도 채 받지 못 하고 돈도 모으지 못 해 그 일만 하게 돼. 당장 그 일이 아니면 다달이 나가는 고정 지출도 감당할 수 없고, 한 마디로 말해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 그 일을 하느라 다른 경력을 쌓지 못 해 다른 일도 찾을 수 없으니까. 게다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 얼굴을 아는데 어떻게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어. 어디를 가든 쟤 벗방했대, 여캠했대 하면서 수근거릴 텐데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지.

 

어때? 좀 무서운 일이지? 어찌 보면 화류계라 불리는 곳에서 계속 일하게 된 사람들의 사연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걸 알면서도 모른 채하고, 새로운 지옥도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것을 보고, 소비하고, 그런 방송에 출연하는 여성 게스트들이나 BJ들을 욕하면서 그 모든 현실을 외면했던 거지. 뭐, 우리가 외면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는 하지만 우선 외면하지 않는 걸로도 충분했을텐데 말야.

 

그러니까 내가 당신에게 하나 해결책을 줄겸 부탁해도 될까?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해봐. 왜 그런 영상을 보는 것이 기분이 나쁜지, 그리고 벗방이라 불리는 방송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폭로된 것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봐. 우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야. 남친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듣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내가 알 수 없으니 나도 말할 수 있는 게 없네. 그저 남친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라는 것밖엔.

 

하아, 사실 내가 요즘 우울삽화와 불안증세, 거의 신경증에 가까운 증상으로 조금 힘들어서 글이 매끄럽지 않을 수도 있는 걸 이해해줘. 그럼 내가 말한대로 해보고 앞으로 둘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 바랄게. 그럼 이만 나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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