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한연화] 모성애라. 그래 지금 당신의 마음상태를 매우 잘 말해주는 단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네.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당신은 모성애로 연애하고 있는 것이 맞아. 어떻게 보면 미쳐있고 좋아 죽는 건 남친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인 거고. 왜냐? 원래 모성애라는 게 좀 맹목적인 게 있거든.
물론, 내가 당신 커플의 정확한 경제적 상황을 알지 못 하니 상담을 시작하면서부터 말을 너무 가볍게 얹은 것일 수는 있어. 하지만 당신도 사회 초년생에 박봉이고, 집 떠나서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거라 이리저리 돈 들어갈 데가 많다며? 당연히 월세 내야지, 공과금 내야지, 통신비 내야지, 교통비 써야지, 식비 써야지, 생필품 사야지 등등. 돈 들어갈 데가 끝도 없겠지. 원래 자취라는 게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연히 돈을 벌어도 금방 연기처럼 사라질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남친은 당신을 만나는 내내 10원 한 푼 쓴 적이 없다는 얘기 아냐. 이거 정말 심각한 거야. 알아?
남친이 돈을 쓸 수 없는 건지 아니면 돈을 안 쓰는 건지 당신이 이야기한 적이 없으니 내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쓸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한동안 네가 다 사야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한 것이 아니라면 이건 좀 곤란하지. 지금 당장 어디 좋은 데를 못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보다 어린 여친이 힘들게 돈 벌어서 혼자 생활하는데 거기다 대고 데이트 비용까지 과도하게 물린다는 게 문제야. 아니 친구끼리도 매번 만날 때마다 얻어먹기만 하면 욕먹어. 내가 친구지 네 호구냐, 지갑이냐, 네가 거지냐, 빈대냐! 그런 소리 나온다고. 그런데 친구도 아니고 여친, 그것도 자기보다 나이 어린 여친에게 매번 얻어먹어?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나는 돈 안 쓸테니 네가 더 써라? 너 돈 없으면 그냥 혼자 사니까 너네 집 가서 탱자탱자 놀면서 식충이 노릇이나 할란다. 이거잖아? 자린고비 데이트는 개뿔. 그냥 여친 돈으로도 모자라 여친 집까지 축내겠다는 심보지 뭐.
그리고 평소에 이 정도면 생일이나 기념일에 제대로 된 선물 한 번 못 받아봤을 것 같은데 아니야? 아무리 내가 돈이 없고 돈을 못 써도 매번 애인한테 얻어먹는 것도 미안하니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어는 정도는 부담을 하고, 애인 생일이나 기념일이 다가오면 쿠팡이라도 다녀와서 1만원 이하 선물이라도 안겨주는 게 보통 사람들의 연애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그렇게 누가 일방적으로 사주는 게 아니라 한 번 사주면 다음에 사주거나 아니면 나중에 언제라도 사주는 게 맞는 거고. 당신처럼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하는 건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는 것 아니면 세상에 없어.
여기까지 얘기하고 결론을 내보자면 남친은 당신 아들이 아니야. 당신이 낳고 키운 아들이 아니라 그냥 남친에 불과하니까 엄마가 자식에게 하듯이 일방적으로 퍼주지 말란 소리야. 흔히들 그러지.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고. 그거 진짜 맞는 말이다? 많은 인간들이 그래. 자기한테 한없이 퍼주는 사람이 있으면 고마워하기는커녕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그 사람이 더 이상 나도 못 해주겠다고 하면 이제까지 잘 해왔으면서 왜 못해준다는 거냐? 도리어 화내는 게 대부분의 인간이거든. 그런 인간의 본모습을 알면서도 보답을 바라지 않고, 어떤 인정도 바라지 않고, 그냥 너라서 줄 수 있는 건 부모자식 관계 밖에 없는데 지금 당신이 그러고 있단 말야. 내가 당신의 사연을 접하면서 답답했던 게 그 때문이었고. 대체 어쩌자고 나이 서른도 안 먹은 인간이 자기보다 나이 많은 아들을 키우고 있는 거냐고.
더 이상 긴 말 하지 않을 거야. 이대로 평생 당신보다 나이 많은 아들 키우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 남친 정리해. 나는 네 엄마가 아니니까 한없이 퍼주는 걸 바란다면 네 엄마한테나 가서 해달라고 하라고. 그러고 정리해버려. 그래야 당신도 과도한 지출에 허덕이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돈도 모을 수 있을 거 아냐.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