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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⑩] 스스로 인생 망했다고 말하는 백수에게 ‘팩폭으로 욕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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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내가 너의 사연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는 것부터 이야기해둘게. 그 이유는 어이가 없어서야. 어이가 없어서. 너 영화 ‘베테랑’에서 조태오가 “나 참 어이가 없네”라고 하는 거 본 적 있어? 그래, 그 말을 내가 너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더라. 그런데 너는 그 한 마디로 끝내야할 새끼가 아닌 것 같아서 내가 너에게 조언이나 충고나 상담이 아니라 욕을 좀 해주려고 해. 그런데 왜 다른 내담자들과는 다르게 호칭이 당신이 아니라 너냐고 할지도 모르는데 솔직히 말해서 너에게는 ‘당신’이라는 호칭조차 아까워. 그럼 우선은 욕부터 박고 시작할게. 야이 느자구없는 자식아. 이 호랭이가 열두 번 물어갈 놈아. 이게 먼 지랄이다냐? 시방 이걸 먼 자랑단지가 불났다고 쳐올리고 자빠져 있는 것이여 으이? 

 

장난없이 진지하게 물어보는 건데 나 인생 망한 백수인데 여친이 직장 잡으라고 난리쳐서 직장은 잡았는데 너무 다니기 싫어서 잡은 직장 그만뒀거든. 근데 여친이랑 집에서 저녁 밥먹는데 내가 탕수육 먹고 싶다고 해서 여친이 탕수육 시켜줬는데 같이 탕수육이랑 볶음밥 먹다가 여친이 잘도 먹네 맛있어? 물어보길래 이래서 응 탕수육 맛있어! 하니까 한숨을 쉬더니 밥먹다 말고 나무젓가락을 부셔버리더라고. 난 그냥 무서워서 아무 말 안 하고 탕수육 다 먹고 방에 들어갔거든. 여친 화풀게 해주는 법 없을까? 그리고 여친은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지 말라고 하거든?? 내가 이상한 거임?? 난 그림 그리는 거 그거 하면서 인터넷으로 게임방송 하고 싶다고 했는데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뭐라고 하지를 않나. 내가 너무 얼굴이 여자같고 약해보여서 문신 하나 하고 싶다고 하니까. 자기는 문신 있으면서 문신하는 순간 바로 헤어진다고 함. 화나면 갑자기 반말하지 말라고 함. 솔직히 나도 하고 싶은 거 있는데 뭐 다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난 뭐 해야 함??? 아 곧 서른임.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2년 12월14일>

 

어디 욕인지 잘 모를 거야. 전라도 욕에 충청남도 사투리도 약간 섞여 있으니까. 내가 살다살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내 고향 사투리에 할머니 고향 사투리까지 섞어 욕을 할줄은 몰랐다. 이것도 다 네 덕이니 고맙다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내가 살다살다 나보다 더 한심한 새끼를 볼줄은 몰랐고 아마 우리 아버지가 이걸 보시면 “세상에 내 딸보다 더 한심한 새끼가 있었어?” 하실 거다.

 

너, 내일 모레가 서른이라며? 내일 모레 서른이 적은 나이 같아? 절대 아니야. 다들 군대도 다녀오고 학교도 다 졸업하고 취직해서 부모님 용돈 드려야 할 나이라고. 슬슬 결혼 이야기 나오기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하고. 알아? 그런데 그렇게 나이를 쳐먹을 만큼 쳐먹은 놈이 기껏 들어간 직장을 고작 다니기 싫다는 이유로 그만뒀다고? 너 대체 무슨 정신으로 사는 거냐?

 

남들은 말이야, 취업해보려고 어떻게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수십 번, 수백 번도 더 넘게 이력서며 자기소개서며 각종 서류를 내고, 입사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고, 행여 탈락이라도 하면 내가 모자라서 부모님께 걱정이나 끼친다고 가슴을 치고 울어. 제발 한 번만 이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주십사, 나 이렇게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제발 뽑아만 주십사, 뽑아만 주신다면 회사에서 종 노릇을 하라고 해도 기꺼이 할테니 제발 뽑아만 주십사 하는 그런 심정으로 매일 매일 피터지게 노력한다고.

 

 

까놓고 말해서 너희 아버지 어머니는 뭐 회사 다니기 좋아서 일하셨겠니? 세상에 출근하기 좋은 사람, 일하기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 다들 출근하기 전날부터 회사 가기 싫다고 머릿 속으로 수백 번도 넘게 생각하고,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 한 장을 품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가 이놈의 회사 그만두고 만다’ 이를 갈면서도 결국 다시 일하러 나가. 왜 겠어. 살아야 하니까.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나도 먹고 살고, 내 가족도 먹여 살려야하니까. 너희 아버지 어머니도 마찬가지야. 너 같은 것도 자식새끼라고 먹여 살려보겠다고 억지로 다니신 거야. 그런데 고작 다니기 싫다고 기껏 구한 직장을 때려치워? 거기서 누가 너를 괴롭힌 것도 아니고, 악덕 기업 수준의 노동환경도 아니고, 또 다른 진로와 꿈을 찾아보기 위한 것도 아닌데 그냥 일하기 싫어서 때려치운 거잖아. 남들 다 하기 싫어도 어느정도 버티면서 자기 진로를 찾기도 하는데 너는 그냥 하기 싫다고 관둬버릴 만큼 네가 그렇게 잘났어? 그렇게 특별해? 대체 뭐가? 나 그거 좀 알자. 네가 뭐가 그렇게 잘나고 특별해서 혼자만 꼴리는대로 살겠다고 하는지 나도 좀 알자. 

 

나도 말야 물류센터에서 일해. 물류센터에서 일을 할 때면 매일 아침에 나가야 하고, 저녁에야 끝나. 연장 근무까지 걸리는 날은 밤 9시가 넘어 끝나고, 저녁도 안 줘서 배까지 고파. 날씨가 쌀쌀해도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돼. 그래서 끝나고 나면 땀과 먼지에 온몸이 찌드니까 좋은 옷을 못 입고 버리는 옷을 입고 가. 일을 하다보면 어깨부터 시작해서 팔, 허리, 무릎, 종아리, 발목에 손목까지 아파. 우리 아버지 일하는 곳은 또 어떻고.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울텐데, 겨울이면 눈까지 치워야 하는데 하도 오래 해서 이제는 힘든 줄도 모르겠다 하실 정도야. 그런데도 나나 우리 아버지나 왜 일하는지 알아? 먹고 살야야 하니까. 그리고 아버지는 하나밖에 없는 딸 자식 돌보겠다고, 저거 사람 구실할 때까지는 내가 그래도 부모인데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고 일하는 거야. 

 

너 인터넷 방송하고 싶다 했지? 그림 그릴줄 아니까 그걸로 방송하고 싶다고. 방송은 아무나 하는 줄 아니? 유튜브든 아프리카TV든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개인 방송으로 억대 연봉 버는 것 같으니까 만만히 보고 도전해보고 싶을 수 있어. 그런데 그 개인방송도 어디 쉬운줄 알아? 컨텐츠 개발하고, 영상 찍고, 편집해서 올리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냐고. 나도 팀 프로젝트로 유튜브를 찍은 적이 있는데 와. 그거 진짜 보통 일이 아니더라. 녹화해서 올리는 유뷰브가 그 정도면 실시간 라이브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아프리카TV 등은 어떨 것 같아? 시청자들이 소통이랍시고 악플 다는 거, 별풍선 같은 거 후원한답시고 온갖 이상한 요구하고 섹드립치고 성희롱하는 거 그거 다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화도 못 내고 웃어야 해. 자기 멘탈 자기가 알아서 관리하면서 웃어야 한다고. 그런데 네가 그걸 하겠다고? 너처럼 꼴리는 대로만 살고 싶어서 기껏 잡은 직장도 때려치우는 놈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너는 분명히 일주일도 못 가서 방송 접어. 네 여친도 그걸 아니까, 그게 빤히 보이니까 하지 말라고 하는 거고. 

 

네가 문신을 하고 싶댔잖아. 이유가 뭐? 네가 여자처럼 생겨서 약해보여서? 네가 여자처럼 생겼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그저 본인만의 생각인지는 내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네가 왜 문신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어. 너는 그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과시용으로 문신을 하고 싶은 거잖아. “나 이렇게 센 놈이야. 무섭지? 그러니까 나 건드리지 마.” 이렇게. 그러니까 너는 분명히 문신을 하면 양팔 같이 눈에 보이는 곳에 보란 듯이 새길 거고. 왜? 약해보이지 않으려고. 세보이려고. 여차친구가 자기도 문신이 있으면서 네가 문신 새기는 걸 반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여자친구가 바보일 거 같아? 네가 왜 문신을 새기려고 하는 건지 그 이유도 모를 만큼? 네가 문신을 새기고 여기서 얼마나 더 허세를 부릴지 보이니까 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하, 오늘도 또 답변이 길어졌네. 내가 요즘 한심한 새끼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 하는 병이 도져서 말야. 네 말대로 너 인생 망한 거 맞아. 계속 이대로 살면 너는 그냥 가오와 허세에 쩔은, 지만 잘나고 특별한줄 알아서 꼴리는대로만 살려는 죽도 밥도 아닌 놈이나 되겠지. 지금이라도 그런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우선, 여친을 놓아줘. 너 같은 인간과 만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야. 여친을 놓아주고 별 볼일 없는 여자들을 접하면서 너 같은 새끼도 사람이 될 거라고 믿고 기다려주다 폭발한 네 여친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해. 그리고 이번 설날에 부모님한테 가서 사죄해. 나같은 자식도 믿고 기다려준 거 감사하다고. 그런데 실망만 시켜드려서 죄송하다고. 그러고 나면 노가다판이든 물류센터든 몸 많이 쓰는 데로 가서 한 달만 채운다는 심사로 일해. 너보다 더 나이 많은 분들도 그렇게 고생하며 열심히 일하는 걸 보면 뭔가 느끼는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자, 그래도 내가 명색이 고민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라 조언을 안 해주려다 한 거거든? 그러니까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 선택은 네 몫이야. 앞으로도 이렇게 살지, 아니면 내가 말한대로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지는 네 몫이라는 거지. 알겄냐. 이 느자구 없는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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