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 친구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어. 혹시 그 친구가 몸매가 좋은지 그게 좀 알고 싶어서 말야. 뭐, 고민 상담을 해준다더니 왜 그 친구 몸매에 대해 묻나 싶어서 어이가 없겠지만 나로서는 그게 좀 중요한 부분이란 말이지. 왜, 알잖아. 원래 몸매나 가슴에 자신 있는 여자들이 나름 부심 부리려고 항상 옷을 그렇게 입는 법이란 거.
저희는 대학 동기입니다. 모두 같은 과이고 저랑 선배가 사귀고, 제 친구랑 동기가 사겨서 두 커플이 엄청 친해서 더블 데이트를 자주 합니다. 제 친구가 더블 데이트를 할 때마다 진짜 가슴이 다 파진, 속옷이 다 보이는 옷을 매일 입고 와요. 넷이 안 볼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저러는데 제 시선도 제 시선이지만 오빠(남친) 시선이 신경 쓰이네요. 안 만날 수 있는 관계도 아니고 제가 이걸 신경 쓰는 게 이상한가요? 학교에선 안 그러는 앤데 더블 데이트 할 때 클럽 갈 때 입는 옷을 맨날 입고 오니 좀 그러네요.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0년 12월26일>
알아.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싶겠지. 더구나 자기도 여자라면서 왜 이런 소리를 하나 싶기도 할 거고. 그런데 그게 사실이야. 원래 몸매나 가슴에 자신 없는 여자들은 그런 옷을 잘 안 입어. 입어 봐야 없어 보인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 친구가 몸매나 가슴에 과한 자신감이 있어서 일부러 그렇게 입고 나오는 것 같은데 아마 맞을 거야.
뭐, 몸매나 가슴에 과한 자신감이 있는 건 있는 거고 클럽에 갈 때나 자기 남친하고 단 둘이 만나는 자리도 아니고 친구 커플이랑 같이 만나는 자리에서까지 매번 옷을 그렇게 입고 오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도 사실이지. 당신은 당신대로 얘가 왜 이러나 싶어 신경이 쓰이고, 당신 남친은 당신 남친대로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라서 민망하겠지. 그렇다고 남친이 여친의 친구한테 “제가 지금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는데 조금만 가려주시겠어요?”라고 할 수도 없을테고. 아마 속으로는 얘는 TPO라는 것도 모르나 싶을 테지만 여친한테 네 친구 왜 그러냐고 뭐라 할 수 없어서 참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지. 또 친구의 남친도 얘는 대체 왜 친구 커플이랑 같이 만나는 자리에서까지 이러고 다니나, 혹시 이러는 게 예쁘다고 생각하나 싶겠지만 꾹 참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물론, 친구 입장에서는 옷 입는 건 개인의 자유 아니냐, 왜 그런 걸로 뭐라 하냐 항변할 수 있어. 부러우면 너도 이렇게 입으면 그만인데 왜 내 옷차림 가지고 고민이라고 그러냐고 이해를 못 하겠지. 하지만 말야, 지금 당신들 두 커플의 상황은 한 마디로 말해서 일촉즉발의 위기야. 친구의 옷차림 하나 때문에 언제 어느 커플 사이에서든 싸움이 나도 날 거고, 그 싸움이 상대 커플에게까지 영향을 줄 거라는 소리지. 그런데도 옷 입는 건 개인의 자유니까라고 치부하며 놔둔다면 이건 당신 남친에 대한 예의는 물론이고, 친구 커플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게 되는 거야.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않다가 그것 때문에 더 이상 못 참아 하고 확 터져서 싸우면 그거야말로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거니까. 안 그래?
그러니까 그 친구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얘기하고 조용한 곳으로 불러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 화를 내거나 훈계하는 투로 이야기하지 말고 네 옷차림 때문에 내가 내 남친이나 네 남친 보기가 민망하다, 너 몸매 좋은 건 알겠고, 네가 그런 옷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존중하지만 그래도 친구 커플과 같이 만나는 자리에 매번 그런 민망한 옷을 입는 것은 좀 아니지 않냐 하고 이야기를 해. 그리고 그런 옷은 클럽에 갈 때나 네 남친과 둘이 볼 때만 입을 수 없겠냐고도 이야기하고. 그래도 안 들으면 뭐 어쩌겠어. 그 친구 때문에 싸우느니 한동안 그 친구 커플과 거리두기를 하고 거리두기 기간이 끝난 다음에도 그 옷차림 그대로 더블 테이트에 나오면 그때는 손절하는 수밖에.
내가 너무 극단적인 건 아닌가 싶지? 사실, 나도 이전에는 옷을 그냥 아무렇게나 주워 입고 다니던 때가 있었어.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고민도 안 하고 손에 잡히면 잡히는 대로 주워 입고 다녔는데 나이를 먹고 공적인 자리라든가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 나갈 일도 그만큼 생기다보니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고민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정장은 없지만 정장 비슷한 옷은 반드시 마련해놓고,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 나갈 때는 그걸로나마 땜빵을 하는 식으로 옷을 입지. 돈을 모으면 바지정장 한 벌과 치마정장 한 벌은 마련해놓는 게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 벼르고 있고 말이야. 이렇듯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체면 등을 고려하고, 그에 맞는 옷을 찾게 되는 것이 사람이 사는 것인데 그것조차 하기 싫어서 자기 꼴리는 대로만 살겠다면 그건 사람들하고 섞여 살기 싫다는 것이지. 그런 친구하고 계속 친구해봤자 인생에 도움 될 거 없다는 건 최근에 내가 뼈저리게 경험해봐서 잘 알아.
자, 그러니까 내 말대로 그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친구 커플과 거리두기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그 친구를 손절해. 그게 그 친구 옷차림 때문에 매번 민망해하고 골머리 썩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내가 요즘 골 아픈 일이 좀 있어서 글이 다소 엉망이더라도 이해해주길 바라며 그럼 이만 나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