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20번째 기사입니다. 총선 리뷰 1편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4.10 총선이 끝나고 다음날(11일) 오전 바로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 1시간 넘게 전화통화를 했다. 박 센터장은 사전투표를 했는데 뇌성마비 장애인으로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투표 편의성 문제가 중요하다.
몇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들 요구를 해서 많이 좀 좋아지긴 했다. 특히 사전투표 같은 경우는 주로 이제 동주민센터에서 많이 하기 때문에 이런 접근성은 충분히 고려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다. (이동권 차원에서 보면 엘리베이터나 문턱 이런 것들은 괜찮은지?) 항상 그렇듯이 100% 그런 건 아니고 몇 군데 그런 곳들이 있긴 하다. 여전히. (시각장애인들 점자나 이런 부분은?) 사실은 도우미들이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을 많이 못 만나다 보니까 이용을 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오히려 부모님이나 당사자가 더 많이 알아서 이렇게 해주셔야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곳에 제대로 기표가 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그렇게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본격적으로 들어가보자. 총선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175석, 국민의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으로 집권 여당의 참패로 언론 지면이 도배됐다. 민주당계 야당은 총 190여석(188석)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서울 48곳 중 37곳, 경기도 60곳 중 53곳, 인천 14곳 중 12곳 수도권 도합 122석 중 102석을 차지했다. 박 센터장은 “지난 총선과 결과가 비슷하다. 살짝 못 미치는데 비슷한 편이고 4년 전과 이슈만 달라졌을 뿐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에선 코로나 초기를 맞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 여론이 빛을 발하지 못 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우한 코로나”와 “중국발 입국 금지”를 외치며 비과학적인 강경 기조를 고수하다 그야말로 폭망했다. 박 센터장은 야당의 대여 공세도 상황에 맞게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것을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 세력의 탓으로 돌리는 데 있어서 이게 야당의 역할이긴 하고 할 수 있는 일이긴 한데 누가 봐도 외부 요인인 코로나 같은 그런 것들을 통치 관련해서 그렇게 공격했을 때 역풍이 어떻게 부는지를 보여줬던 게 지난 총선이었다.
그때는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미래통합당의 삽질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번에는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직격탄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4연타석 실정(이종섭 출국/황상무 횟칼/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친윤계 반발/대파값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박 센터장은 이미 총선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해 “되게 어정쩡하고 어정쩡해졌다”고 평가했다. 한 전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 직전에 진행된 인터뷰였는데 박 센터장은 “어차피 국민의힘에서는 외부인”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전당대회에 나가서) 당원 뜻대로 들어간 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할 역할을 못 했냐? 그것도 아니다. 현상 유지는 했으니까. 그리고 서울 수도권에서 꽤 많은 의석수를 가져왔다. 6석까지 얘기했던 걸 두 자릿수로 올려놨다. (윤석열 정부가 계속 악영향을 주고 망쳐놓은 선거 판세를 이 정도로 방어한 거라고 해석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해석이 되기 때문에 당 내부에서도 너 못 했어! 그리고 책임론으로 몰기도 되게 힘들다. 그렇다고 공이 혁혁해서 너 대단해! 하기도 되게,,, 좀. 사실 이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하고 한동훈 위원장의 힘겨루기의 결과인데 이 힘겨루기가 되게 팽팽해서 어느쪽 한 쪽에 손을 들어주기가 애매해졌다.
한 전 위원장이 완전히 쪽박 차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표심 덕이었다. 박 센터장은 “지난주에 (영남에서) 지민비조를 할 것인지 지국비조를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영남권에 계시는 분들이 한동훈을 살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낙동강 벨트라고 했던 거의 다 무너질 것처럼 막 이야기하던 그곳이 전재수 의원을 빼고는 다 국민의힘이 되는 바람에 그것 때문에 살았다라고 보시면 된다. 경기도는 많이 내줬지만 서울은 조금 회복했다의 범위였다. 내가 아주 초반에 한동훈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들어오는 날 첫 번째 오목렌즈에서 무슨 말씀을 드렸었냐면 선을 정해줬다. 우린 6석 밖에 못하기 때문에 너희가 두 자릿수만 해도 괜찮을 거다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그게 지금 현실화됐다.
그러니까 당초 국민의힘이 한 전 위원장에게 기대했던 결과를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에선 25석 전부를 차지했고, 부울경에선 40석 중 34석을 가져갔다. 박 센터장은 “민주당이 7석에서 6석이 된 건데 내가 그래도 국민의힘 특히 한동훈 위원장을 영남에서 지켜줬다라고 하는 이유는 뭐냐 하면 영남에 계신 분들이 지민비조가 아니라 지국비조를 해줬다”며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왜 그렇게 해줬냐면 사실은 그런 게 있었던 거다. 지금보다 더 해주면 정말 윤 대통령 못 지킨다. 미워도 내 새끼다라는 그 기조가 있었던 거고. 아마 그쪽분들 그러니까 영남권 분들도 200석에 대한 공포가 있었을 거다. 그러니까 지금 뭐냐 하면 옛날에 호남권에 국민의당이 나타나서 비례대표 제2당을 한 적 있다. 조국혁신당이 그 역할을 했을 거다. 영남판 국민의당이다. 근데 다만 국민의당보다도 훨씬 더 우리는 비례 정당이야라는 걸 확실하게 얘기해줬다. 그렇기 때문에 영남권에서 느끼는 조국혁신당에 대한 인상은 뭐냐 하면 국민의힘도 지금은 마음에 안 들어. 근데 민주당 찍기는 지금 애매해. 그랬던 분들이 그래 (조국 대표가) 부산 사람이고 해서 찍어준 게 꽤 있을 거다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문재인이나 노무현이라는 개인한테서 봤던 그 정서가 조국혁신당으로 간 거다. 민주당을 찍어주면 너무 커져버릴 것 같으니까 고민하시던 분들이 전부 다 국민의힘쪽으로 들어갔고 따라서 한동훈 위원장이 얘기했던 개헌 저지 읍소 전략이 가장 잘 통한 데가 영남 낙동강 벨트다.
→이번 총선 리뷰 특집 오목렌즈 기사는 세 편에 걸쳐 출고될 예정입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