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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재명 만났더라도 “경색된 정국 완화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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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24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먼저 민희진과 방시혁의 갈등 이슈를 다루고 그 다음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동 소식을 다뤘다. 비교적 심플하게 정리됐는데 적대감이 극에 달했던 양대 세력의 수장이 만났음에도 앞으로도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레토릭으로만 보면 검찰독재의 수장과 운동권 카르텔의 수장이 총선 이후 드디어 만났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야당의 핵심 안건들에 대해 거부권을 남발했으며, 이 대표는 민주당 차원의 전략으로 특검과 탄핵 카드를 여러 차례 꺼내들었다. 원래 한국 정치는 적대적 양당체제이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너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 2일 18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취임 이후 700일 만에 만났는데) 정말 등떠밀려서 만났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회동 포함 윤 대통령은) 쇼잉의 연속”이라고 직격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시그널을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들을 잠재우는 건 물론이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번 총선의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한테 옴팡지게 다 간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등이 떠밀리고 있는 것이다.

 

회동 시간은 2시간 가량 됐는데 언론에 공개됐던 것은 이 대표의 12가지 요구사항 브리핑이었고, 나머지 1시간반 정도는 비공개로 부쳐졌다. 더불어민주당측 주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요구사항들 중 선별해서 긴 설명을 이어갔다고 한다. 발언 비중을 따져보면 윤 대통령이 85%를 말하고 이 대표가 15%를 말했다는 전언이다. 박 센터장은 “사실은 보여줄 때는 대접을 해주는 것 같지만 결국 안으로 들어가면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마디로 “내가 만나줄께”라는 선심성 첫 회동이었다는 건데 박 센터장은 “만나라니까 만나긴 하는데 당신이 하고 싶은 얘기들에 대해 전부 답할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줄게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다른 평론가들이 하는 얘기가 이번 영수회담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다 졌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재명 대표는 앞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실질적으로 얻은 건 없고, 윤석열 대통령 같은 경우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어렵게 했는데 그렇게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둘 다 지금 진 게임을 했다. 승자가 없는 빈손 회동이다.

 

 

그래도 제1야당과의 첫 소통 테이프를 끊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양쪽 다 의대 증원 문제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공통 분모가 많지는 않지만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처럼 적개심이 흐르는 정국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여지는 없는 걸까? 박 센터장은 “(적대적인 분위기가) 완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왜냐하면 오늘 채상병 특검을 야당이 단독 처리했다. 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정국이 경색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래도 이태원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 처리를 했는데 대통령실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지?) 이태원 특별법 같은 경우는 양쪽에서 만났는데 그래도 결과물을 내보자는 측면에서 합의를 했는데 채상병 특검은 다른 문제다.

 

이태원 특별법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만 데미지를 입히는 정도지만 채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을 비롯 대통령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관과도 같다. 박 센터장은 “군 통수권자가 누구인가? 그 문제에 바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태원 특별법에서도 핵심이 빠졌다. 합의를 보기 위해서 윤 대통령이 언급했던 독소조항 부분(특조위가 수사기관의 불송치 및 수사 중지 사건에 대해서 재조사할 수 있는 권한/특조위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 불응하면 그 대상자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빠졌다”고 말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만 하더라도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정례 회동)가 열렸고, 국회에선 초월회(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 회동)가 열렸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여야 협치 테이블에 정례화될 수 있을까?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한 번쯤 더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하지만 정례화를 하는 것은 힘들다”고 전망했다.

 

왜냐하면 지금 잘 보셔야 될 게 비서실장이 누군가를 보셔야 된다. 비서실장이 정진석 의원이라는 거는 무슨 얘기냐면 국회에서 하는 얘기들을 당신이 다 막을 수 있잖아. 당신 괜히 다선이야? 그런 의도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정무수석의 역할을 같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총선에서 떨어졌는데) 국회로도 입성이 안 되는 사람을 본인의 비서실장으로 앉혔다. 없는 자리 만들어서 준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하면 윤 대통령이 정진석 비서실장한테 한 얘기는 국회에서 들어오는 웬만한 건 당신이 다 커버쳐달라. 그거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자꾸 뒤로 숨는다”고 강조했다. 직접 나서지 않고 칼을 대신 쥐어주고 뒤로 숨는다는 것이다. 굿캅만 하고 배드캅은 다른 아랫사람을 내세운다.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절 제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과 윤핵관들이 그랬다. 그렇다면 국무총리 자리에는 누굴 임명할까? 박 센터장은 ‘한덕수 시즌2’처럼 무색무취의 총알받이는 아니면서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처럼 자기 존재감이 커서 들이받지 않을 인물을 물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지금 얘기가 나오는 게 전직 국민의힘 당대표를 했던 인물들 중 윤석열하고 친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당대표 출신 황우여 비대위원장 지명되고 혁신 포기라는 말도 있는데) 사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됐다는 건 딱 한 가지다. 그분은 수도권 중진이다. 수도권에서 나경원이나 안철수 같은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기는 껄끄럽고, 그렇다고 유승민을 내세우기는 더 껄끄럽다. 그렇기 때문에 황우여다. 어찌됐든 국무총리는 국회 경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은데 그래야 인사청문회를 비교적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물론 윤 대통령 입장에서 괜찮은 사람은 일단 친해야 하고 자기 주장을 잘 펴지 않는 사람이긴 하다. 친하긴 한데 자기 주장이 강한 한동훈을 써봤더니 자꾸 들이받으려고 했다. 그래서 국회 경험이 있으면서도 한덕수와 한동훈 사이의 인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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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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