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1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치, 사회, 경제, 연예 등등 뜨거운 이슈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제2의 윤석열이다. 윤석열 아바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따라붙는 표현들이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밟아왔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법무부장관 재임 시절 정치할 거냐는 숱한 질문들에 모호하게 답변했는데 드디어 집권 여당의 수장으로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한 위원장은 첫 메시지로 ‘운동권 청산’과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 비난’을 내세웠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28일 14시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비난으로 첫 메시지를 낸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냐면 벌써 차기 대통령 후보가 자기라는 걸 드러내고 있다”며 “나는 지금 제1야당에 대해서 공격을 해도 되는 사람이고 윤석열이 대통령께서 나한테 바로 밑의 권력을 줬다. 내가 포스트 윤석열이다라는 걸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보면 벌써 독재 프레임 짜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밖에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으로만 써야지 더 큰 일을 못 맡기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거꾸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 너무 별을 조장했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빨리 옮겨 심지 않았나.
그래도 당대표급이 됐으니 이재명 대표와 곧 회동을 해야 할텐데 너무 지나친 표현으로 각을 세운 것 같은데 박 센터장은 “아직도 본인이 검찰권을 통제하는 법무부장관으로서 이재명과 날을 세워야 하는 위치인줄 알고 있다. 명함만 바뀌었지 스스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는지 묻고 싶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장관으로 1년 7개월간 있으면서 매번 되치기 전략을 구사했다. 윤석열 정부의 사정 통치 등에 대해 공세를 취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한 위원장은 매번 해당 의원의 논란거리와 약점을 거론하며 반격했다. 비대위원장이 되자 마자 그런 방법을 또 사용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장관 시절 90% 이상 민주당과의 힘겨루기에 매진했다. 그러나 이민청 출범 등 정책 행보도 보여줬다. 집권 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책 메시지를 낼 수는 없었던 걸까?
사실 그런 모습을 바란다는 건 너무 큰 기대를 했다는 생각을 하는 게 뭐냐면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그래도 정치를 준비할 기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한동훈 위원장은 거의 환승 연애도 아니고 환승 정치다. 환승 정치.
너무 이르고 빠른 정치권 데뷔라는 인상이 들 수밖에 없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한 위원장의 등판이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는 한 위원장 외에 대안이 없다. 박 센터장은 “분명히 큰틀에서 보면 (한 위원장을 선임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긴 한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김기현 전 대표도 그렇고 사실 대통령실이 당을 장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을 만한 인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선택지 하나 놓고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비대위원장을 맡더라도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시간을 좀 갖고 그 이후에 등판해도 된다. 박 센터장은 “바로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해버리니까 너무 일찍 고개를 쳐든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비례대표든 지역구든 내년 총선에서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굉장히 겸양의 말이고 그게 맞는 말이라고 환영 받을 말이긴 하다. 근데 지금 상황에서 그 얘기를 한다는 건 나는 굳이 국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바로 대권으로 가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낮지만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여러모로 최악의 상황이다. 박 센터장은 한 위원장이 “지금 욕심을 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지금 국민의힘이 최악이라서 조금만 나아지면 굉장히 크게 포장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야기 나오는 게 서울 6석 우세라고 그랬다. 사실 그건 무슨 얘기냐면 한 위원장한테 가이드를 주는 의미가 있다. 이것보다 선전하면 성공이야. 가이드를 주는 거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미 패배할 총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지든 이기든 어차피 대통령 임기는 많이 남아 있으니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대통령과 보폭을 맞춰서 제2의 대통령실인 것처럼 이끌어나가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거다. 어차피 민주당이 잘 하고 있지 않다. 국민의힘은 하던대로 하고 흘러가던대로 흘러가면 된다. 예측이 너무 가능한 거라서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결론적으로 박 센터장은 “포스트 윤석열은 나다라는 걸 보여주기가 굉장히 좋다”면서 “근데 너무 정치 초보다. 그런 걸 처음부터 드러냈기 때문에 이제 당내에서 한 위원장을 견제하는 세력이 벌써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비슷한 경로를 걸어왔기 때문에 한 위원장은 원하지 않겠지만 리틀 윤석열, 윤석열 시즌2라는 얘기를 안 들을 수가 없다.
물론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본인보다 똑똑한 후임자이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고양이 새끼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호랑이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봤다.
지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아직은 윤 대통령의 임기가 중반도 넘어가지 않았고 너무 길게 남았다. 그러나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 위원장은 28일 비대위원 명단(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민경우 수학연구소 소장/김경률 경제민주주의 21 공동대표/구자룡 변호사/장서정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윤도현 샤인온 라이트 대표/한지아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을 발표했다. 박 센터장은 “보여주기식이라도 이렇게 변하겠습니다라는 방향은 좀 보였다”며 “이준석 전 대표가 담당했던 2030 끌어안기를 우리가 나서서 하겠다. 이준석 아니라도 우리 당에서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당해줄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비대위 구성이라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김예지 의원만 하더라도 “젊은 소수파이자 시각장애인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고 밝혔다.
외부인들을 데려 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싹 다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를 끌어들여서 흔히 박근혜 키즈들을 만들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는 떠났고 그 이준석계 외에는 대표 주자로 내세울만한 청년 정치인들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당내에서 찾지 못 하고 외부에서 데려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준석 전 대표와 뜻을 같이 했던 천아용인을 젊다는 이유로 비대위원으로 앉혀 놓을 수 없으니까.
마침 이날(28일) 쌍특검이 통과됐다. 한 위원장이 대응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가 바로 김건희 특검이었는데 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대통령실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박 센터장도 이런 소식이 타전되기 전이었음에도 “사실 김건희 특검은 수순이 정해져 있다”며 “올라가면 거부권을 행사할 거고 국회로 다시 돌려보내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국회 구조상 폐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이 적중했다. 사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행사했던 거부권 대상들이 보수적 이념에 따른 조치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자기 아내를 방어하려 한다는 불공정의 덫에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박 센터장은 “대통령실이 굉장히 노골적일 것”이라며 “더 떨어질 지지율이 없다. 이미 뭉쳐 있을 만한 사람들이 한 25%다. 대통령실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지지할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 같고 이미 마음 돌릴 사람들은 다 돌렸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는 29일 회동할 예정이다. 그런데 한 위원장은 이미 이 대표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렸고, 민주당은 “극우위원회”라고 응수했다. 통상적으로 당대표가 바뀌면 무조건 만나는 의례적인 행사임에도 지나치게 날선 비난을 주고 받은 상황이라 걱정이 앞선다. 여야 협치는 과거보다 더욱더 요원해질 것이다.
딱 한 마디로 정리를 해보고 싶다. 누구한테 배웠겠나? 윤 대통령이 범죄자인데 내가 어떻게 만나냐? 그랬다. 그래서 한 위원장도 대야 투쟁으로 자기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 뿐이고 애초에 (여야 경색 국면을) 풀려고 올린 비대위원장이 아니다.
당연히 21대 국회 남은 기간 동안 협치는 전혀 없을 것이다. 박 센터장은 “대통령실에서 협치를 하려고 했다면 정치 경력이 있는 사람을 내세웠을 것”이라며 “그걸 조금이라도 풀려고 했다면 원희룡 전 장관이나 그런 협상력 있는 정치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했을 것이다. 근데 한 위원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는 건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사 탄핵이든 이상민 장관 탄핵이든 사실 여야가 합의해서 물러나게 할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협치를 하는 건데...)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까 뭐냐면 양쪽 다 물러나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도 밀리는 느낌이 들면 각각 고정 지지층에서 들고 일어날 거란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물러나서 협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원래 양당이 항상 그렇긴 한데 과거보다 더 심하다.
한편,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집권 이후 극우 일변도로 국정 운영을 막무가내로 하더라도 “탄핵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사망했는데 초기 대응과 메시지로 물의를 일으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탄핵하지 못 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렇다. 대통령 탄핵시킨지 얼마 안 됐다. 5년 지나고 또 다시 탄핵을 시킨다? 이건 국민들도 부담이다. 5년 단임제의 폐해이긴 한데 5년 안에 큰 사고만 안 쳐도 적어도 5년은 보장이 되니까. 민주당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기에는 그런 부담이 있을 것이다. 말로는 탄핵을 내세우지만 실행하기 쉽지 않고, 그걸 대통령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맨날 윤석열 탄핵 구호 외치는 게) 액션이구나 쇼구나라는 걸 서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지금 국민들도 대부분 이 또한 빨리 지나가겠지. 이런 정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