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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당권’ 차지하겠지만 그 이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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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35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그동안 오목렌즈에서 가장 많이 다룬 인물이 바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다. 한 전 위원장이 6월 중순 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또 다룰 수밖에 없다. 이미 한 전 위원장은 5월부터 여러 인사들을 비공개로 만나며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현재 한 전 위원장은 채상병 특검을 거부할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낸 특검과는 다른 별도의 특검을 입안해서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서는 그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의구심을 가지고 계신다. 그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검을 반대하는 논리는 법리적으로나 정무적으로나 논리적이다. 수긍할 수 있는 논리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도 실기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 이렇게 말씀을 드린다. 그것이 우리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민주당이 제안하고 있는 특검은 민주당이 특검을 고르게 되어 있다.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경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가지고는 이 논란이 끝나지도 않을 것이고 불신만 쌓일 것이다. 그런 특검으로는 진실을 규명할 수가 없다. 나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미 한 전 위원장은 반윤석열계 주자로 판명이 난 상태다. 일각에선 친윤석열계가 나경원 의원을 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으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대세에 맞서 나경원·원희룡 연대론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나 의원은 “시작도 안했는데 무슨 연대인가”라고 손사레를 쳤지만 어대한 흐름이 거세지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20일 15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친윤계에서 나경원을 민다고? 불과 얼마 전 나경원을 주저앉힌 게 윤석열 대통령 아니었나?”라고 환기했다. 2023년 연초 나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을 당시 당권 도전을 시사하자 대통령실에서 연일 맹공을 퍼부어 사실상 당대표를 못 하게 했다. 결국 같은 해 3월 대통령실이 대놓고 지지를 표한 김기현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았다.

 

그때 그 기억이 2년도 안 됐고 채 사라지기도 전에 한동훈의 대항마로 나경원을 내세운다? 어느 쪽이 바뀐 건가? 나경원이 바뀐 건가? 윤석열이 바뀐 건가? 일단은 이렇게 되면 나경원 의원이 대선을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씀하신대로 (한 전 위원장이 오죽 싫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한데) 주변에 사람이 다 사라졌다.

 

일단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 전 위원장, 나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등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모두 공식 출사표를 냈다. 전당대회 일정은 7월19~20일 온라인 투표가 시작되고, 21~22일 ARS 전화 투표 순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23일에는 대망의 현장 전당대회가 개최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8일 결선투표가 예정돼 있다.

 

4.10 총선 끝나고 두달 반 지났다. 민주당 ‘운동권 적폐 청산’을 내걸고 국민의힘의 선거를 총 지휘했던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박 센터장은 “한 템포씩 빠르다”며 “이렇게 빨리 나오면 아직 패배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 할 거고 윤석열 대통령도 본인에 대한 악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좀 빠르다. 대통령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았다. 그러면 당대표 임기 끝나고 대선 도전까지의 기간이 내 생각엔 좀 길다. 그래서 좀 빠르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만약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임기 마치면 2026년 7월인데) 끝나고 대선까지 8개월이 남는 건데, 자기가 대표를 하면서 불거진 실정들을 커버하면서 대선주자로서의 힘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너무 빨리 대선 주자로 나오게 되면 공격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 박 센터장은 “한동훈도 그런 길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 한동훈 입장에서는 눈치 봐야 될 사람이 당 내외로 많다. 당 내부에는 아마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눈치를 봐야 될 것이고 당 밖에선 이준석 의원의 눈치를 봐야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인트가 뭐냐 하면 한동훈씨도 이제 국민의힘 내에서 ‘이준석 롤’을 해야 된다. 대통령실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국민이 선택하지 않을 거니까. 근데 그렇게 되면 지금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빨리 내쫓으려고 할 것이다. 제2의 이준석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 거란 말이다.

 

정말 또 그럴까? 대통령실이 노골적으로 당권 개입을 자행했던 부분도 총선에서 심판을 받았고 ‘당정 관계 재편’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박 센터장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은 저희의 상상을 항상 뛰어넘었다”며 또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생각하시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금 한동훈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당대표는 될 것이다. 근데 되게 복잡하고 머리 아플 거다. 무슨 말씀이냐면 지금 국회가 2개로 나뉘어 있는 거 아는가? (25일 국민의힘이 상임위로 복귀하기 이전) 원내에는 야당만 있고. 여당 국회의원들하고 당무위원들이 지금 용산에다가 국회를 하나 더 차렸다. 한 나라의 국회가 2개의 상황을 보고 있는 이 상황에 제일 곤란해야 되고 제일 힘들어야 되는 사람은 사실은 여당 대표다. 그런데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전혀 존재감도 없고 머리도 안 아픈 것 같다. 어차피 지시가 어디서 온다는 걸 다 알고 있고 용산 여의도 출장소 역할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민주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윤 대통령에게 어떤 목소리를 낼지도 어려운 문제다. 박 센터장은 “그전 대표들하고 똑같이 하면 대선은 물건너가는 거고 그렇다고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이면 한 번 잘려봤으니까 또 다음 주자를 키울 거란 말이다. 근데 본인은 국회를 안 거치고 바로 대권 후보로 갈 수 있을 거라고 꿈을 꿨고 그거를 실행하기 위한 지금 순서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금 국민의힘이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제일 슬픈 일은 한동훈 외의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이재명이 상수고 그래도 이재명 외에 누구 이름 몇 명은 댈 수 있는 사람들이 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근데 여당에서는 한동훈 외에 아무도 안 보인다. 그래도 잠룡 취급을 받던 원희룡이나 유승민 모두 잠룡이라고 하려면 숨어 있는 에너지가 있어야 되는데 에너지 사라졌다. 차라리 이준석의 에너지가 있지 그 사람들이 에너지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당권을 거머쥘 것이다. 소위 “무혈 입성”이 예상되는데 박 센터장은 “그래서 바라는 건 짧은 시간 동안 한동훈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생각이 바뀌거나 그러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경험이 좀 쌓였으면 좋겠다. 하다 못 해 쉬는 동안 도서관 잘 가시던데 도서관에서 선배 정치인들의 자서전이나 이런 것들을 좀 보시고 좀 뭔가 깨달음이 있어서 정치를 좀 제대로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

 

박 센터장의 취지는 이런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이 법무부장관일 때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오히려 말발로 역공에 성공하는 모습만 보여도 환호를 받았는데, 이제 극 여소야대 정국의 여당 대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야당과의 협조관계를 잘 구축하는 정치인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예산, 추경, 각종 법안 통과 등등 여권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 국회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박 센터장은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됐음에도 법무부장관 때처럼) 그렇게 한다고 하면 대선에서 국민들이 한동훈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여전히 검사 옷 입고 계시는 한 분을 3년째 지켜봤는데 (한 전 위원장도) 또 그러겠는가?”라고 말했다.

 

지금 본인은 탈피하고 싶지만 윤석열 시즌2가 되지 않으려면 한동훈 전 위원장이 학습 능력은 있다라는 걸 보여줘야 된다. 그게 성공하면 국민의힘 혹은 한국 보수는 좀 탄탄해질 것이다. 50대 한동훈, 30~40대에 이준석과 김재섭이 준비하고 있다. 근데 그 역할을 한동훈 전 위원장이 해줄 수 있느냐.

 

법무부장관 시절 한 전 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을 깨부수는 사이다 발언들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인기를 모았는데 사실 그런 것 말고도 ‘이민청 신설’이라는 정책 메시지도 있었다. 박 센터장은 “지금까지는 그랬는데 이제 당대표가 되고 나면 정책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 다음 대선을 꿈꿀 수 없다”며 “지금까지도 유승민 전 의원이 그래도 인정받고 있는 게 뭔가? 따듯한 보수와 중부담 중복지다. 그런 걸 내세우면서 깨어 있는 보수의 느낌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한동훈 전 위원장이 보수의 금기를 깰 수 있을까? 말씀하셨던 이민청도 있겠지만 아마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그걸 건드려야 될 것이다. 국민연금.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해야 되는 건 알지만 못 하고 있다. 그걸 건드리면서 어떻게 이 추를 여당쪽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될 것이다. 그거를 건드려서 해야 되는데 이거는 사실 민주당에도 숙제다.

 

한편, 박 센터장은 비대위원장과 당대표의 위상이 다르다는 점을 설파하며 한 전 위원장에게 당부했다.

 

비대위원장으로 올 때랑 당대표가 됐을 때랑은 다르다. 왜냐하면 비대위원장으로 오는 거는 스페어 타이어다. 근데 당대표로 오게 되면 어쨌든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힘이 실리는 주체가 다르다. 비대위원장으로는 용산 낙하산이었지만 당대표는 그래도 당원들이 끌어올린 것이 된다. 그러니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 다르다. 에너지의 원천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건데 중요한 건 한 번 눌려봤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의 성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초반에 더 세게 누르려고 할 것이다. 그거를 어떻게 잘 방어하면서 한동훈이 국민의힘을 좋은 여당으로 만들 수 있느냐. 이게 핵심 포인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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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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