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55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5일 오전 마침내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됐다. 버티고 버티다 더 이상 경호처 인력들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고 경찰력에 밀리는 형국이 되자 이제 와서 자진 출석인 것처럼 투항했다. 다음날(16일) 15시반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 오목렌즈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 센터장은 “사법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됐는데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떤 식으로 대응해 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운을 뗐다.
이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48시간 안데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17일 안으로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기록을 하는 공수처는) 명분을 쌓는 것”이라며 “우리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법을 너무 잘 안다. 법을 너무 잘 알아서 잘 피해간다”고 말했다.
우병우보다 한수 위다. 윤 대통령은 원칙을 앞세워서 굉장히 보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는데 사실 본인이 검찰총장일 때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별건 수사를 통해서 굉장히 자의적으로 넓게 광의적으로 법을 해석해서 다 집어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문제가 되니까 굉장히 보수적으로 스탠스를 잡으면서 본인 방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공수처와 검찰은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오직 경찰에만 부여돼 있다. 그래서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하다가 내란 혐의를 발견했다는 것은 불법이라는 게 윤 대통령측의 입장이다. 더구나 직권남용 혐의로는 대통령직 재임 중의 불소추 특권에 해당되는 만큼 수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덧붙인다. 하지만 박 센터장은 “소추가 안 되면 수사도 하지 말아야 된다라는 얘기”라며 “그러면 특별검사 윤석열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는 뭘로 수사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즉 기소가 안 되기 때문에 영장 청구가 안 되는 것은 형법학계의 다수설이지만 기소가 안 된다고 해서 수사도 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사를 하다가 불소추 특권의 예외 적용 대상인 내란 혐의를 발견해서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법원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15일 방송된 jtbc <특집 썰전>에 출연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미 서부지법 내에서 각기 다른 판사들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발부를 해줬는데) 공수처가 직권남용을 기본으로 해서 연관 범죄인 내란죄의 수사권이 있다는 것을 3개의 서부지법 내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이것을 법원행정처장인 천대엽 대법관이 인정을 했고 그것이 법원의 주류적 견해이자 흐름이라는 것을 법사위에서 확인해줬다.
아무튼 검사 윤석열은 휘두를 수 있는 모든 칼을 썼지만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모든 칼을 거부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은 굉장히 협의의 원칙적인 법의 이야기를 하면서 피의자로서 빠져나갈 구멍을 많이 만들고 있다”며 “본인이 검사일 때는 잡아넣을 수 있는 것들을 다 무기로 썼다. 즉 자기 위치에 따라서 이렇게 법 해석이 달라진다는 걸 너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측이 신청한 체포적부심 역시 기각됐다. 기각되는줄 알고 있었음에도 시간을 지연시켜야 하기 때문에 무슨 카드든 쓰고 있다.
수사와 기소 과정을 최대한 끌어서 즉 헌재 심리도 180일을 최대한 활용하면 헌법재판관 6명이 심사를 해야 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4월에 두 분이 퇴임을 하게 되면 그렇다. 4월 되기 전에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윤 대통령 쪽에서는 계속 그걸 목표로 지연을 할 것이다. 헌재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명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180일이라는 것도 맥시멈 말 그대로 최대치의 상한선을 둔 것이다. 최대한 봐줘서 180일 안에는 헌재가 결정을 빨리 하라는 취지이지 그걸 꽉 채워서 6개월간 심사하라는 뜻이 아니다. 박 센터장은 “그만큼 법의 빈틈을 잘 안다는 건데 사실 윤 대통령은 짐이 곧 국가다. 조선시대 전제 군주처럼 자아가 여러 개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기한테 유리하게 적용하는 법들을 너무 잘 안다”고 직격했다.
그런 쪽으로는 굉장히 발달하신 분이다. 진짜 법 기술자다. 그래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보다 한 수 위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무난하게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봤다.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어필하겠지만 진술 거부는 곧 증거 인멸의 우려로 연결될 수 있다. 수사 비협조는 곧 영장 발부의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수사 비협조는 내가 입을 열면 구속시킬 걸 뻔히 알기 때문에 구속을 안 당하려면 난 아무것도 얘기를 안 해야 돼. 내가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뭘 갖고 구속할 거야? 그 얘기라서 증거 인멸을 할 수도 있고 구속이 되지 않으면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용이해지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묵묵부답으로 협조 안 하고 있는 게 구속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윤 대통령은 되게 재밌는 영웅 놀이를 하고 있다. 나는 핍박받는 영웅이니 나의 지지자들이여 모여라! 지금 우리 대통령께서 이러고 노십니다. 죽겠다. 대통령직 2년 반으로는 모자라고 교주처럼 되고 싶은 것 같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체포 직후 공개한 짧은 영상 입장문과 긴 자필 입장문에 대해 “둘 다 봤는데 영상은 자기 하고 싶은 얘기를 그냥 떠드는 건데 자필은 그 얘기를 되게 길게 끌었는데 알맹이는 전혀 없더라”며 “일전에 12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서 납작 사과하는 자세를 완전히 뒤집었고 국민들의 화를 더 부추겼는데 그때 그 인식이 그대로”라고 말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한 달이 지났을 즈음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 가량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해당 여론조사 질문 항목을 보니 문제가 많아서 평가절하되긴 했지만 그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을 보니 국민의힘이 30% 초중반대를 기록하며 민주당과 비등비등하거나 추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과, 중도층 및 스윙보터들 사이에서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조기 대선 레이스를 일찍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특집 썰전>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는 처음 겪어보는 거니까. 국민들도 탄핵이 될까 말까. 반반으로 생각하는 게 많았다. 그래서 그 당시에 태극기 부대의 결집도가 장난 아니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탄핵 반대 집회 규모가 작다. 그 당시엔 광화문을 채웠지만 지금은 한남동 앞에서 국지전을 하고 있다. 보수에서도 어느정도 가실 분은 가시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다음은? 탄핵은 되고 그 다음 이재명 대표가 보이기 시작하는 거고. 야권에는 이재명 외엔 안 보인다. 그러다보니 대권으로 마음이 전환된 뒤에는 여론 결집도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염두에 두고 특검법이든 탄핵 절차든 뭐든지 비협조로 나오고 있다. 대선 레이스에서 수사기관발 온갖 피의사실들이 흘러나오면 무척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센터장은 뒤집어서 거꾸로 해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간 건) 이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아니다. 반사이익이 갈 데가 없는 것이다. 이준석 의원의 분석은 굉장히 넓고 빠르게 봤다. 나중에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빠른 섣부른 추측이다. 내가 볼 때는 오히려 반대다. 좀 더 빠르게 정확하게 탄핵 과정과 일련의 절차 진행을 했어야 된다라는 질책성의 지지 철회의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그 과정을 더 빨리 정확하게 명확하게 해야 되는데 왜 이렇게 허점이 많았냐라는 것이다. 쉽게 얘기를 하면 탄핵 소추안에 내란죄 왜 뺐니? 왜 변명거리를 줬니? 왜 구실을 줬니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탄핵 결정 빨리 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구실을 만들어줄 필요는 없잖아 하는 것이다.
나아가 박 센터장은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지지 철회나 회초리를 들만한 대상조차 되지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어떤 역할이나 뭐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지지를 하거나 회초리를 들고 싶은 생각조차도 없어지는 것이다. 중도는 국민의힘을 반대하기 위해서 다른 정당을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 이 국면에서는 여느 때와 같이 1대 1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