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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삶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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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30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 문제를 다루다가 이내 연예인의 삶과 고충으로 대화 주제가 넘어갔다. 연예인의 삶 자체가 괴롭고 고통스럽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김씨 문제와 엮으면 정당화로 비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별도로 떼어서 기사를 쓰기로 했다.

 

박 센터장은 지난 16일 18시반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본인이 본인을 지키지 못 하면 어떤 자리에 있든 그게 연예인이라고 한다면 연예인의 숙명 같은 건 뭐냐 하면 시선을 받는 직업”이라며 “그 시선만큼 본인이 스스로를 점검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을 실망시키기는 되게 쉬운 직업이 연예인이다. 최후에 1명이라도 팬으로 남아 있게 해야 되는 직업이 연예인이라면 끝까지 본인을 좀 엄격하게 관리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걸 잘 못 하겠으면 확실하게 해줄 수 있는 정말 철저하게 본인을 매니지먼트 해줄 수 있는 곳을 잘 골라서 가야 한다.

 

 

사실 누구나 페르소나를 갖고 살아간다. 나의 모습을 100% 있는 그대로 타인에게 노출시키지 않는다. 진짜 나의 모습과, 타인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 즉 페르소나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간격이 너무 넓으면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다.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이 완전히 가짜라면 견딜 수가 있겠는가? 박 센터장은 “연예인에 대해 저희가 되게 조심해야 될 부분이 뭐냐 하면 연예인은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이중의 삶을 살아야 되는 사람들”이라며 “연예인으로서의 삶이 있고 자연인으로서의 삶이 있다. 그 둘을 다 지켜야 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연예인들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사실은 연예인만큼 자아 사이에 간극이 큰 사람들이 없을 거다.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면 본인을 지키기가 힘들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공황장애가 오기도 하고 그런 부분들이 많다. 그런데 내가 연예인들한테 부탁을 드리고 싶은 건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하자.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자. 연예인이기 때문에 자연인인 나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그런 부분이 아닐까. 왜냐하면 연예인으로서 너무 힘들게 살다 보면 물의를 일으키고 실수할 수도 있다. 사람이니까. 근데 그러면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좀 내려두고 본인을 살펴야 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이 잘 되고 인기가 많더라도 필요하다면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배우 임수정씨는 tvN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해서 아래와 같이 고백했다.

 

(2012년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진짜 여우주연상은 배우를 시작하면서 받고 싶다고 꿈꿔 왔었거든요. 그랬던 순간이고. 그렇게 해서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저는 약간 목표를 상실한 느낌처럼 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일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오히려 저를 돌보기보다는 계속해서 그 인정을 받은 것을 계속 더 인정받고자 하는 계속 더 사랑받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직진만 했던 것 같아요. 더 이상 뭔가 가슴이 뛰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고. 계속해서 연기 생활을 하면서도 배우 임수정은 저도 알 것 같은데 인간 임수정은? 진짜 나는 뭘 좋아하지? 지금은 뭘 어떤 걸 하고 싶어 하는 거지? 이런 식으로 잠시 조금 멈추고 쉬어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고. 조금은 우회하는 길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본성적으로. 그래서 30대 때는 일을 조금 줄이고 개인 생활로 이제 일과 개인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던 것 같아요. 밸런스를 맞추면서 잘 지내오니까 제가 좀 지금은 또 단단해졌더라고요. 그래서 다시금 지금은 뭔가 더 재밌는 일, 안 해봤던 일, 새로운 일 이런 거를 한국이 아니고 더 넓은 세계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또 이렇게 혼자서 잘 지내다 보니까 막 이렇게 항상 익숙한 팀을 벗어나서라도 진짜 여행가방 하나 딱 들고 저기서 어딘가에서 촬영하러 오세요. 하면 다 갈 것 같은 거예요. 이제 갈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의 저의 40대 그리고 또 50대 그 이후의 시간까지도 저는 좀 기대돼요.

 

박 센터장은 “본인이 어느 정도 달려왔을 때 스스로 잠깐 멈출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굉장히 영리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부와 인기를 달성하는 것이 지상 목표처럼 압박해오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근데 사실은 돈을 잘 벌 때 멈춰야지 돈 버는 게 없을 땐 멈출 수가 없다. 연예인이든 연예인이 아니든 돈을 못 벌면 멈출 수가 없다.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연예인들도 마찬가지고 공통적으로 부족한 게 뭐냐 하면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하면 열심히 일하는지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근데 어떻게 쉬는지는 모른다. 본인이 멈춰야 될 때를 아는 게 되게 중요한데 그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1996년 가수 서지원씨와 김광석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한 동안 연예인 자살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2005년 배우 이은주씨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박 센터장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굉장히 이 배우 괜찮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정말 너무 충격이었다”며 “내 동생 또래 정도의 친구였는데 그렇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 사건 이후로 어떤 느낌이 드냐면 (연예인의 삶을) 한쪽 면만 보면 안 되겠구나. 그런 부분이 있어서 (연예인의 물의나 사건사고를 다룰 땐) 되게 조심스럽다. 특히나 이런 문제들을 다룰 때는 연예인이어서 집중포화 받는 경우는 굉장히 많이 보는데 특히나 대중을 보는 저희는 일반인이다. 그냥 대중이니까 평범한 대중들은 뒷면을 보지는 못 한다. 근데 연예인 말고도 우리 삶을 비춰보면 분명히 뒷면이 존재한다. 근데 김호중씨 사건은 다르긴 다르다. 소속사와 본인이 계속 잘못을 덮으려고 하고 거짓말 하고 그러다가 지금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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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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