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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의존’하는 신체 장애인의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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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64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한국 사회에 코로나가 남긴 부작용들이 참 많지만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더욱더 치명적이다. 작년 11월말 오목렌즈 대담에서 후토크를 하다가 ‘장애인의 배달앱 의존’ 문제가 거론됐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휠체어 장애인이지만 상대적으로 바깥 활동이 잦은 편이다. 특별히 일정이 없더라도 근처 카페로 가서 커피를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스스로 걸을 수 없고 외출하면 불편함들이 있으니까 좀 번거로워서 바깥 활동을 꺼리게 되는지 아니면 상관없이 나가고 싶을 땐 언제든지 나가는지?”라고 물었다.

 

나는 언제든지 나가는 편인데 그런 부분이 안 되시는 분들이 있다. 왜냐하면 외부 환경에서 사람들을 자주 보지 못 하는 경우도 있고 만약에 시설 같은 데서 나온 분이라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탈시설 막 한 장애인들은 공간에 나 혼자 있는 것에 적응하는 게 먼저다. 다들 넓은 공간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던 구조에서 나 혼자 사는 공간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게 어려워서 외부로 나오시는 경우도 많다.

 

사실 번거롭더라도 자주 외출하는 시도를 해봐야 집 근처 지형지물도 파악할 수 있고 어디로 갈지 계획도 짤 수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박 센터장은 코로나 시국 이후 “배달앱이 너무 발달을 해서 장애인들이 나올 이유가 많이 사라졌다”고 환기했다.

 

밥 먹고 카페에 가고 공원에 가서 즐기고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들이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자꾸 사람들을 안 만나고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촘촘히 갖춰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어쩌면 자립 생활을 해야 하거나 그런 사회화가 필요한 장애인들, 재사회화가 필요한 장애인들한테는 예상치 못 한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달앱을 비롯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들이 신체 장애인의 외출을 가로막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네이버에 ‘배달앱과 장애인’ 그리고 ‘고립’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여러 기사들이 보이는데 하나 같이 배달앱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디지털 고립’으로만 분석한 내용들 뿐이다. 반대로 배달앱이 너무 편리해서 외출 요인이 줄어들어 고립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결국 비장애인처럼 신체 장애인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이동권을 보장받아야 해결될 문제다. 평범한미디어 멤버들은 박 센터장과 만날 때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된다. 일단 카페나 식당을 고를 때는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계단만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네이버 로드뷰로 직접 체크하고 고르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 배차 간격이 너무 길거나 배차 자체가 드물어서, 박 센터장은 서울 지하철 막차 시간의 압박감을 느끼며 이동해야 한다. 길거리를 걸어갈 때도 턱이 많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불법 주차 등으로 인해 험난하게 이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다수 비장애인들이 소수 장애인들과 일상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깊게 접해보지 못 하는 한국적 환경이 너무 강하다. 문제가 문제인지 인식조차 못 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유니버셜 디자인’과 ‘배리어 프리’란 용어를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못 한 머나만 이야기다.

 

장애인 이동권이 비장애인 만큼 충분히 보장되어야, 휠체어 장애인들도 배달앱을 시키지 않고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센터장은 “기술의 발달 측면에서 대면하지 않고 배달이된다는 것은 편의 차원에서는 대단히 좋은 일이지만 외출이 줄고 이에 따라 활동 반경이 줄어드는 부분도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장애 유무와는 별개로 은둔이 쉬워지는 것이다. 비장애인 청년 고립과 은둔형 외톨이 문제도 여기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디지털 고립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서의 접근성만 살펴봤지만 디지털 차원에서만 멈추지 않고 사람과 사람, 이웃과 이웃의 접근 측면에서도 살펴야 한다. 디지털을 잘 쓰는 청년이나 장애인이라면 갈수록 디지털 의존이 심해져서 직접 대면하여 이뤄지는 사람 사이의 대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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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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