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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에게 잔인했던 ‘답정너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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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2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치, 사회, 경제, 연예 등등 뜨거운 이슈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언론은 항상 해왔던 짓을 반복했다. 그저 자극적인 요소들을 찾아 수없이 어뷰징을 했다. 경찰은 유명인에 대한 수사 혐의점이 잡히자마자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렸고, 딱 한 번만이라도 비공개 소환을 해달라는 요청을 묵살하고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포토라인에 세 번이나 세웠다. 무엇보다 간이시약검사와, 국과수 정밀 검사(모발 100가닥)에서 모두 마약 음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별다른 스모킹건도 확보하지 않고 또 불렀다. 그 사이 가로세로연구소는 故 이선균씨를 공갈 협박한 사람들로부터 녹취파일을 받아서 공개해버렸고 그걸 그대로 전달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대중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불륜적 요소들이 적나라하게 나열됐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28일 14시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경찰(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이 언론에게 상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너무 많이 줬다”며 “시간도 많이 주고 공간을 너무 많이 줬다. 지나쳤다. 이번 사건은 이선균씨의 혐의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동정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내가 경찰 조사를 받아본 적이 없지만 이선균씨는 다 음성이 나온 뒤에도 19시간 조사를 받았다. 한 사람이 한 가지 주제로 19시간 동안 그냥 대화만 해도 진이 빠질 건데 더구나 조사를 대화하듯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다. (경찰이 음성 결과와는 무관하게 유흥업소 실장 김남희씨의 진술을 토대로 계속 추궁하는 조사를 이선균씨가 당하고 또 당하고 있는 건데) 그러면 이 상황에서 내가 빠져나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결국 경찰의 무혐의 결정을 받아낸 지드래곤과는 처한 입장이 달랐다. 박 센터장은 “그러면 지디는 살아남았는데 왜 이선균은 못 그랬을까?”라며 “지디는 본인만 지키면 된다. 근데 이선균씨는 가정이 있다. 자녀도 있고 아내가 일반인이 아닌 굉장히 알려진 전혜진 배우”라고 환기했다. 즉 “이선균씨가 책임져야 될 범위가 굉장히 넓었던 것”이다.

 

경찰이 왜 믿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자 했던 힘이 강했을까를 살펴보면 지디도 그렇고 연속으로 유명인 둘에 대해 군불을 지펴놓고 둘 다 마약 무혐의를 주는 것에 대한 후폭풍이 우려스러웠을 것이다. 둘 다 유명인이다. 그것도 국내에서만 유명한 것도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선균은 무조겁 잡고 간다는 정해진) 결과에 합치시키려고 경찰이 굉장히 노력하지 않았을까. 그 과정에서 이선균씨는 굉장한 압박을 받았을 거고 그 압박을 견디지 못 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선균씨와 변호인들은 이미 경찰에게 김남희씨의 진술만 믿지 말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이미 그런 요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경찰이 답을 정해놓고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나지 않는 여론전으로 몰매 맞는 상황을 타개해보려고 의견서도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선균씨가 느꼈을 무력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선균씨는 아내에게 남긴 메모에서 “어쩔 수 없다. 이것 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는 식으로 마지막 심경을 밝혔다. 무엇보다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가 떠안게 될 영화 및 광고 취소 위약금만 100억원대에 이르렀던 만큼 이선균씨의 어깨를 짓눌렀던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결론적으로 박 센터장은 “경찰이라는 국가기관이 국과수를 믿지 못 했다고 보는 것”이라며 “국과수에서는 이렇게 나왔지만 경찰은 뭔가 더 있을 거야. 더구나 불륜하고 연결되어 있으니까 파헤쳐서 이선균씨를 곤란하게 만들어서 진술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잘못은 간단하게 뭐냐면 유명인 무혐의 2개 나올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사실상 결론이 나왔음에도 그 다음에 19시간 소환조사라는 무리수를 뒀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얼룩소를 통해 “경찰 등의 국가기관이 수사를 이유로 유명인을 거명하며 언론의 표적이 되도록 만든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이건 그냥 잘못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라며 “형법 126조는 수사기관 관련자가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만으로도 이선균씨 사례에서 보는 것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처벌 사례는 별로 없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주로 검사, 경찰관이기 때문이다. 수사의 원래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제보가 있다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지만 수사 활동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특히 대중의 사랑과 신뢰로 살아가야 하는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수사상 보안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마약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선균씨 경우는 거꾸로였다. 누군가는 유명인이 당연히 치러야 할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그런 건 없다. 공인이라면 몰라도 유명인이 짊어져야 할 의무는 전혀 없다.

 

한편, 박 센터장은 언론의 말초적인 경마식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굳이 언론 이야기를 안 하는 게 가세연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하던 짓 계속했다”며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이 주호민 사건으로 옮겨오는 것과 비슷한 경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언론 전체가 이번에 자살예방 보도수칙 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선정적인 보도들에 대해 전체적인 준칙을 따라가지 않으면, 그렇게 준수하는 방향으로 아예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은 매번 발생할 것이다. (언론들이 자극적으로 이선균씨 보도를 쏟아내고) 사람들이 마약 검사를 받았다고 얘기하지 않고, 마약을 했다고 얘기를 하게 된다. 이런 부분이 뭐냐면 나도 그렇고 박 기자님도 그렇고 잠깐이라도 언론에 발을 들였던 모든 사람들은 되게 씁쓸한 것이다. (언론의 속성상 늘 그림이 그려져야 하고 어느정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을 기사에 담아야 하는데...) 기사라는 게 늘 새로워야 되고 또 빨라야 되니까.

 

관련해서 홍윤희 이사장(장애를무의미하게 무의)은 페이스북에서 언론의 행태를 아래와 같이 꼬집었다.

 

난 솔직히 말해 수습기자 보다도 이런 기사를 쓰게 만드는 언론사 데스크와, 트래픽을 좇게끔 알고리즘을 만드는 포털과 소셜미디어에게 더 외치고 싶었다. 아직 수사나 재판이 안 끝난 사안에서 유출된 정보를 인용한 대부분의 자극적인 기사가 유통되는 구조 자체를 타파해야 한다고. 수습기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구조 말이다. 경쟁사가 단독기사 내면 물먹잖아요. 트래픽 올리려면 뭐라도 꺼리 발제를 해야 되니 커뮤니티를 찾아볼 수밖에 없어요. 수사 과정에서 제보가 우리한테 들어오는데 어떻게 안 써요? 그 구조가 정말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익에 복무하지도 않는다. 용인 사건(웹툰작가 주호민 특수교사 고소 사건)에서처럼 장애 편견의 심화로 되려 공익에 해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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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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