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59-2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이재명 대표(더불어민주당)가 공론장에 던져놓은 ‘민주당 중도보수론’으로 인해 여전히 정치 고관여층들의 토론 욕구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 대표가 중도보수론을 밀면서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장성철 소장(공론센터)은 아래와 같이 해석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특히 경제 정책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냐는 의심이 있고 불안감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뭐 상속세나 52시간제라든지 기본소득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내 생각을 고집하지 않을 거고 여러분과 충분히 논의를 하겠다.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 경제적 측면으로만 놓고 보수냐 진보냐를 재단할 수 없다. 중도보수라고 강조하는 것은 중도쪽으로 외연 확장. 대선 득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워딩을 쓰는 것 같다.
장 소장의 해석이 정확했다. 실제 이 대표는 <100분 토론>에서 “(우클릭 지적에 대해) 유연하다고 봐주면 좋겠다.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입장과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문제 아닌가?”라며 “(오히려 안 바뀌면) 교조주의라고 하든지 바보라고 하기도 한다. 상황이 바뀌고 판단이 바뀌어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스탠스를 중도보수로 유연하게 바꿨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인데 그렇게 해야 대권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섰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중도층이나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이 대표에게 갖고 있는 거부감은 단순히 ‘정책과 비전’의 내용이 아니다. 그래서 정책을 우클릭한다고 해서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대표가 2014~2016년 성남시장 재임 시절부터 인지도를 쌓고, 2017년 처음으로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던 그 시기를 거쳐, 2021년 10월 대권 재도전을 위해 경기지사직을 사퇴할 때까지 정치인 이재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었을 때 했던 발언을 하나 소개해보겠다.
작살을 내야 한다. 난 정해놨다. 소위 친일, 독재, 부패 딱 3가지. 나는 우리 사회가 이 3가지 문제를 한 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이걸 정리 안 하니까 정의가 없다. 그냥 힘쎈 게 정의고 돈 많은 게 정의다. 그니까 사람들은 기회를 다 잃었다. 그니까 (건국절 등) 이런 주장을 뻔뻔스럽게 하는 사회. 왜냐면 일제에 부역하고 거기서 혜택 받아서 적산, 일본인들이 놔두고 간 걸 불하 받아서 재벌 되고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고 기득권이 되고. 이거 아직도 정리 못 하니까 잘났다고 계속 떠들고 있다. 교과서까지 뜯어고치려고 한다.
선악 이분법 구도를 나눠놓고 악에 해당하는 사회 기득권층을 “작살”내야 한다고 거칠게 말하던 정치인이 이 대표다. 군사독재 시기 NL 운동권적 사고방식과 일맥상통한데 허지웅 작가는 이런 이 대표에게 “선악 구분을 너무 단순하게 나누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 대표는 “보통 사람들. 대화하고 포용하고 합의해야 할 상대들과 싸우지 않는다”면서 “대개 불의한 자들, 부패한 기득권자들, 사회적 강자들과 싸웠기 때문에 그들과 싸울 때 세게 과격하게 싸우지 않으면 싸워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고소고발을 수없이 제기한 바 있고 보수 언론들과도 숱하게 대립했다. 허위사실 유포나 왜곡 보도에 맞서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TV조선은 가장 나쁜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다면 반드시 폐간시키도록 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정도로 “공격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 대표는 거버너로서도 집행권을 과감하게 행사하며 그런 이미지를 심화시켰다. 예컨대 2019년 8월 경기도 도내 계곡 불법 설치물을 강제 철거한다든지, 2020년 3월 코로나 시국 초기에 신천지를 몰아붙이는 모습이 있는데 이때부터 이 대표는 민주당 진영에서 유력 대권 주자의 지위를 얻게 됐다. 심지어 “권력 행사는 잔인해야 한다”고도 피력했다.
권력 행사는 잔인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좋은 방향으로. 용서나 화해, 화합은 잘못을 뉘우치고 책임지고 반성한 사람하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도하고는 화해하는 게 아니다. 불법 범죄를 저지르는 부정의, 불합리한 집단, 그런 인간들하고는 화해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100만원을 훔치겠다는 인간한테 합의해 가지고 타협해서 어? 50만원만 훔쳐라. 10명을 죽일려고 하는 정책 만드는 인간한테 5명 죽이는 정책 만들어라. 이렇게 하는가? 그건 목숨 걸고 막아야 되는 것이다. 죽도록 싸워서 깨야되는 것이다. 권력은 잔인하게 행사해야 된다. 그건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한다. 좋은 방향으로. 나쁜 쪽이 아니고.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의 전화 대담에서도 이 지점이 부각됐다.
박성준 센터장: 그러니까 정책 이념 스펙트럼 이런 걸로 봤을 때 물론 이제 이건 있다. 그러니까 뭔가 좀 밀어붙일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지사와 성남시장 때 보여줬던 이재명 대표의 모습이 있다. 그러니까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그게 두렵고 중도쪽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가 유연하게 입장 변화를 할 수 있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중도보수 어필로 해석이 된다. 반도체특별법 관련 주 52시간 예외, 금투세 폐지, 소득세와 상속세 인하 등인데 사실 정책 변화 말고 이 대표의 정치적 태도가 변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
박효영 기자: 그러니까 이재명이 보수다 진보다 좌파다 우파다라는 걸 걷어내고 이미지 자체만 보면 강하고 밀어붙일 것 같은 이미지가 분명 있다. 뭔가 더 심하게 윤석열보다 더 검찰을 동원해서 정치 보복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그걸 중탕하려고 자꾸 이제 우클릭을 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
박성준 센터장: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있는 건 사실이고 그 반감이 너무 강하다라는 이미지에서 기인한 것이 크다. 좀 강한 지도자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지금 있는 시기라서 왜냐하면 윤석열 이후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고 주변국들도 다 강하다 보니까 그런 게 있긴 한데. 왜냐하면 모두가 인정하는 게 있다. 이재명은 합니다로 표현됐던 추진력. 그게 무서운 것이다. |
박효영 기자: 그러니까 경기지사 때 계곡 문제도 그렇고 신천지도 그렇고 화끈하게 막 해버린다. |
박성준 센터장: 이재명은 뭔가 보수가 무서워 할 것을 밀어붙일 것 같다. 되게 세게 할 것 같고 반발도 못 할 것처럼 무섭게 해치울 기세가 있다. |
박효영 기자: 그러니까 행정권을 갖고 있을 때 실제로 이재명 대표가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그런 식으로 밀어붙였던 전례가 많다. |
박성준 센터장: 나는 이재명 대표를 대선에서 찍지는 않겠지만 대통령이 될 거라고 보고 솔직히. 되면 굉장히 행정적으로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윤석열보단 잘할 거라고 본다. 문제는 야당 대표 혹은 한 정당의 대표일 때 이재명과 대통령일 때 이재명은 달라야 된다. |
박효영 기자: 중요한 말씀이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국회나 의회 경험을 통해서 상대가 있는 정치 조율과 협상의 경험을 먼저 쌓고 대통령이나 도지사, 시장 이렇게 가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행정가를 먼저 한 뒤로 민주당 대표가 됐고 그때부터 정치적 이미지를 많이 깎아 먹었다. 대통령은 행정가로서 최고의 권력을 쥐는 것인데 이재명 대표가 성과를 냈던 거버너 위치이긴 하지만 중앙정치권에서 흑역사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공격하는 세력의 공세 강도는 정말 최고치일 것이다. |
박성준 센터장: 내가 봤을 때는 비슷한 경로를 걸어가고 있다고 여겨지는 김동연 현 경기지사가 대항마로 부상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딱 하나다. 이 대표 못지 않게 행정 경험이 있으면서도 이 대표 만큼 센 이미지가 없다. 나는 그걸 굉장히 좋게 본다. |
박효영 기자: 다시 말하지만 이런 게 있다. 자기가 집행권을 갖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시원하게 집행하고 그것에 대해서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 때 거기에 대해서 이게 왜 옳은지 설명하는 포지션 정도로는 좋은데, 그런 역량까지는 있긴 한데 중앙정치권으로 들어왔을 때 국회로 들어왔을 때는 기본적으로 다수당 포지션이라고 해도 아무래도 야당이다. 야당 대표로서 여당이 있고 윤석열 정부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 대표의 권능은 다수 야당 수장으로서 국회의 견제권이 전부다. 탄핵과 특검법 밀어붙이는 수준이고 예산 삭감까지 쓰더라도 자기 맘대로 뭔가 정책 집행을 하지는 못 한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 최대치로 했는데 발목 잡는 이미지만 강해지고 상대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윤석열이라서 계엄으로 되돌아왔다. 그래서 이 대표가 지방 행정가일 때 성과 내는 정치 방법론과, 중앙정치권에서 거대한 상대와 모든 걸 타협하고 조율하는 위치에서의 정치 방법론은 본질적으로 많이 다른데 과연 이 대표가 여기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 우클릭을 할 게 아니라 그런 정치 방법론에서 태도 측면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박성준 센터장: 지금 국민의힘에서 다시 대권을 잡는다는 건 대한민국이 후퇴한다는 얘기 밖에 안 되니까 결국 이 대표가 대권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대선 과정에서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
박효영 기자: 근데 이번에 이 대표가 어쨌든 중도보수론과 우클릭 메시지를 내서 맨날 탄핵 심판과 사법 리스크로 뉴스가 도배됐다가 그나마 정치권에서 정치 이념과 정책 논쟁의 바람이 불어서 다행스럽긴 하다. 오랜만에 상대를 공격하는 걸 넘어 내용 있는 정치 토론이 펼쳐진 것 같아서 그나마 낫다. |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서 성과를 냈던 2015년부터 축적됐던 공격수 이미지로 인해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를 “전투형 노무현”으로 부르기도 했다. 성남시와 경기도의 수장으로 있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이 대표가 밀어붙여도 통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집행권을 행사하는 명분으로 작용했던 것이 바로 ‘운동권식 작살론’과 ‘잔인한 권력 행사론’이다. 그런데 이 대표가 중앙정치권으로 본격 데뷔한 뒤로는 거센 저항과 함께 되려 공격을 받는 입장이 됐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토론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들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문제는 재판까지 가게 됐다. 지자체장이었을 때만 해도 거침 없는 공격수 포지션이었지만 중앙정치권에서 국회의원이나 당대표 지위가 되어 대권을 노리는 상황이 펼쳐졌을 때는 방어에 몰두하는 수비수가 됐고 이 과정에서 본인의 정치 철학도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자기 방어와 생존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됐는데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들만 해도 △대장동·위례동·백현동·성남FC 문제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북송금 △김혜경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등이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 당권 세력은 대권을 차지하는 것만이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 대표는 <100분 토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도 정지된다는 것이 다수설”이라며 속내를 내비쳤다. 그렇다면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중도층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이철희 전 정무수석은 <썰전>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왜 이재명 대표가 자꾸 뭔가 중도로 가려고 하느냐. 지난주 데이터로 보면 민주당 지지율이 40%가 나왔는데 대선 후보 지지율은 34%다. 6%의 격차가 있다. 탄핵 찬성하는 사람 중에 56%만 이재명을 지지한다. 거의 절반 가까이(44%)는 탄핵에는 찬성하나 대선 후보로서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뭔가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갭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대선 후보가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민주당 당권파는 완전히 이 대표에게 포섭된 것 같지만 범민주당계 진보진영으로 넓혀보면 이 대표를 비토하는 정서가 없지 않다. 나아가 중도층까지 가면 이 대표의 과거 전력과 이미지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여론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이 대권을 차지하는 데 난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과거에 한 발언들이 있음에도 이제 와서 “원래 민주당은 중도보수였다”거나 정책적으로 우클릭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승민 전 의원도 <썰전>에서 “이재명 대표가 왜 이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자기한테 붙어 있는 좌파 이미지를 완전히 희석시키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클릭이 아니라 민주당은 원래 중도보수라고 하는데 근데 그것은 자기 왼쪽에 옛날에는 조국도 있고 심상정도 있어서 자칫하면 진보층에서 표를 많이 가져갈 것 같았는데 지금은 조국이 감옥에 있고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났다. 그래서 지금은 왼쪽이 굉장히 튼튼하다고 생각하고 맘놓고 중원으로 오른쪽으로 진격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대표가 노리는 것은 자기 재판 즉 사법 리스크에 대한 관심 분산이다. 범죄 피의자로서 사법 리스크가 강한데 중도보수 우클릭으로 맨날 이것들만 언론에 나오니까 범죄 피의자 이재명에서 갑자기 중도보수 이재명으로 둔갑을 했다.
결론적으로 이 대표가 말로만 중도보수 호소인과 호소정당을 자처할 게 아니라 실제로 상대와 소통할 수 있는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신뢰를 쌓는 행보가 중요하다. 유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진짜 얼굴도 두껍다. 나는 (이 대표처럼) 내가 원래 진보였어. 원래 중도좌파였어. 이렇게 뻔뻔하게 이야기 못 한다”고 직격했다. 조기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지만 우클릭 정책을 발표하고 중도보수를 말로 어필하기 보단 차라리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같은 인물들을 자주 만나는 제스처를 취하고 이런 방향으로 약점을 커버하는 것이 훨씬 낫다. 보수우파에도 손을 내미는 스탠스라면 당내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손을 못 내밀 이유도 없다. 아무리 이 전 총리가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이 시대정신”이라며 강하게 나오고 있더라도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만남이 성사된다면 ‘중도보수론’보다 확실한 정치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같은 취지로 주문했는데 과연 이 대표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탄핵에 찬성하는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생각하고 동의하는 정치 세력은 누구든지 함께 해야 한다. 지금은 이낙연 전 총리를 포함 야권에 계신 분들이 모두가 힘을 모을 수 있는 통합의 언어, 화합의 언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