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전기 누전으로 인한 주택 화재를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낼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 기준 일주일 전(12월18일) 19시5분 즈음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 위치한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안채에서 시작된 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본채까지 번졌고 곧 1층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함양소방서 대원들은 40분만에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1시간 이내로 화재가 진압되면 통상 그리 큰 규모의 화재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50대 여성 A씨가 얼굴과 손에 2도 화상을 입었고, A씨의 남편 60대 남성 B씨는 목숨을 잃었다.
함양소방서와 함양경찰서는 합동으로 화재 원인 및 B씨의 사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경찰에서는 "전기 누전을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는 눈치다.
전기 누전은 주택 화재의 주요 원인들 중에 하나다. 그동안 평범한미디어는 화재 보도를 해오면서 난방기기 과열로 인한 화재를 자주 거론한 바 있다. 전기 누전의 형태는 아닐지 모르지만 요즘 전기 난방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것 역시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와 관련이 있다. 특히 노후화된 주택이나 건물일수록 전기발 화재 위험성이 높다.
전기 누전(Electric leakage)이란 단어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짚어보면 "원하는 회로 이외의 곳으로 전류가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흐르고 있는 전기가 전선을 벗어나서 누출되어 통해버리는 것을 말하는데 누전이 일어나면 전력 손실, 전자기기 고장, 감전, 화재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전기 누전이 발생하면 스파크가 튀면서 불길로 번질 수 있고 순식간에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2021년 대한민국에서 웬만한 실내 공간에는 누전 차단기가 갖춰져 있다. 그러나 예상되지 않는가? 그 누전 차단기가 노후화되거나 전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될 경우 제기능을 못 하게 된다. 누전 차단기가 제역할을 못 하면 화재 예방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존의 누전 차단기로는 전기발 화재의 대부분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공하성 교수(우석대 소방방재행정학과)는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배선용 차단기나 누전 차단기로는 전기 화재 중 약 15% 정도 밖에 차단이 안 된다. 전기 불꽃에 의한 화재는 기존 배선용 차단기나 누전 차단기로는 차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물기나 분진 등이 콘센트나 전기 제품 주변에 쌓여 있을 경우 화재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경우 누전 차단기로는 화재를 예방할 수 없어 불꽃을 감지할 수 있는 '아크 차단기'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미국 같은 경우 2002년부터 주택에 아크 차단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실제로 아크 차단기 설치 이후 주택 화재가 65%나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전부터 아크 차단기의 중요성이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비용 문제로 '다중이용시설'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박선배 연구원은 “2010년부터 논의는 수없이 있었다. 국정감사 때 이야기도 나왔었다. 대한전기협회는 협회 입장, 인증기관은 인증기관 입장, 전기안전공사는 공사 입장. 서로 이렇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