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91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난 9월19일 글로벌 축구 웹사이트 ‘골닷컴’에 발행된 한 칼럼에서 재밌는 대목을 발견했다.
현대 MLS의 관점에서 보면 이상한 저녁이었다. 슈퍼스타들은 더 이상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가 시간을 내주거나 카메라 앞에서 미소 짓지 않는다.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It was a strange evening in the scope of modern day MLS. Superstars aren't supposed to do this anymore. They don't give up spare time or smile for the cameras. They might not even impact the game that much.)

해당 칼럼을 쓴 톰 힌들(Tom Hindle) 기자는 영국 출신이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축구를 취재하고 있는 인물이다. 톰 기자가 봤을 때 손흥민 선수는 “이상한 슈퍼스타”다.
어떤 슈퍼스타들에게는 미국에 와서 공을 차고, 월급을 받는 것이 마치 긴 휴가와 같다. 심지어 이 분야 최고의 선수들 그리고 리그를 빛낸 최고의 선수들조차도 미국에서의 활동은 그저 경기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여기 그 고정관념을 깨는 손흥민이 있다. 그의 영입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가 한인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가 될지, 혹은 MLS의 위상을 얼마나 높일지에 대한 것이었다.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서 어쩌면 간과되고 있는 것은 손흥민이 이 일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훌륭한 축구 선수라는 사실이다.
1970년대 MLS 출범 이전에 뛰었던 펠레, 베스트, 에우제비오부터 비교적 현대로 와서는 베컴, 앙리, 제라드, 비야, 램파드, 피를로, 메시 등 축구팬들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말년 커리어를 쉬엄쉬엄 보냈다. 거액의 연봉만 받고 열심히 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손 선수는 달랐다. 톰 기자는 이런 손 선수의 애티튜드를 “이상하다”고 표현하면서 경의를 표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일반적으로 왔던 사람들 그러니까 슈퍼스타라고 했던 사람들이 MLS에 진출했던 나이를 보면 손흥민보다 훨씬 나이가 많거나 더 충분한 커리어를 쌓고 왔다”면서 “손흥민은 물론 커리어 후반기긴 하지만 아직 전성기 때가 지났다고 보긴 어렵고 그만큼 현역 선수로서 실력을 맘껏 보여주기 위해 미국 무대로 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오목렌즈 대담은 통상 전화로 진행했던 것과 달리 9일 오전 박 센터장이 머무는 서울 자택에서 대면으로 진행했다.
관련해서 영국 BBC도 7일 내놓은 보도에서 “손흥민의 LA FC 행은 최근 몇년 사이 가장 완벽한 이적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손 선수는 현재 미국 진출 이후 9경기에서 8골 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BBC는 2024·2025 시즌에서 부진했던 만큼 “토트넘에서 마지막 몇 달 동안 손흥민의 경기력이 하락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LA FC에서의 초반 활약은 모든 의문을 잠재웠다”고 밝혔다.
단순히 유럽에서 내려온 베테랑이 아니라 여전히 월드 클래스 수준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BBC의 인터뷰에 응한 LA FC 중계 해설가 데이브 덴홀름과 맥스 브레토스의 워딩을 발췌해봐도 손 선수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손흥민은 구단의 역사적 상징이었던 카를로스 벨라 이후 가장 완벽한 영입. 그는 단지 스타가 아니라, LA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완벽히 맞아떨어진 선수다. 손흥민은 MLS 역사상 가장 빠르게 적응한 빅스타 중 하나다. 그는 화요일 LA에 도착했고, 수요일 기자회견을 했다. 금요일에는 비행기에 올라 시카고전에서 교체로 데뷔했다. 그 다음 경기에서는 인조잔디 위에서 90분 풀타임을 뛰며 도움을 기록했다. 이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MLS 빅스타는 대개 구단의 중심이 되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지만 손흥민은 LA FC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완벽한 결혼 같은 조합이다.
박 센터장도 LA FC로의 이적이 신의 한수급이라고 평가했다.
팀 자체도 되게 잘 선택한 게 LA라는 지역은 원래 한국인이 굉장히 많은 코리안 파워를 얘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눈에 확 띈다. 세계 축구의 중심 잉글랜드를 벗어났더라도 LA에서 축구하면 일거수일투족이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거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MLS 시스템 자체가 손흥민이라는 스타가 스타성을 발휘하기에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다. MLS는 축구장의 티켓값 자체를 관중수와 인기도에 비례해서 올라가고, 더 많은 관중을 수용하기 위해 경기 구장까지 유연하게 변경하는 곳이다. 그러니까 스타 선수의 영향력이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시스템이다. 사실 호날두 등 또 다른 슈퍼스타들이 꽤 진출한 사우디나 중동에서 받는 주목도는 처음에 올 때 연봉을 얼마 받느냐? 그 정도에서 끝난다. 근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MLS 자체의 수준과 인기도 꽤 높아졌고 갈수록 성장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박 센터장은 “아마도 곧 얼마 안 가서 MLS가 중동 리그를 제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의 미국은 굉장히 발달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내가 볼 때는 초창기하고는 달라서 이제 유럽 중위권 리그 정도의 수준으로도 진입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돈을 쓰는 지출 규모도 전세계 리그 9위권이다. 내가 볼 땐 조만간 전세계 리그 수준 탑텐 안에 들어간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는 MLS가 훨씬 더 성장을 할 것이다. 실제로 슈퍼스타를 지명 선수로 영입하는 것 말고도 미국에서 뛰고 있는 여러 선수들은 스코틀랜드 셀틱이나 프랑스 중하위권 팀에서 준주전급 멤버 정도 되는 수준이다. 그래서 유럽의 상위 레벨이 되지 못하는 한창 현역에서 뛸 어린 선수들도 미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아무튼 그런 MLS에서 스타 플레이어가 어떻게 해야 존중받는지를 손흥민이 보여주고 있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손 선수 개인적으로 봐도 내년 미국에서 열릴 북중미 월드컵이 있는 만큼 절대 대충 뛸 수 없다. 1년여간 그라운드 경험을 쌓고 컨디션 조절도 잘해야 한다. 후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여러 경험치와 노하우를 전수해서 반드시 월드컵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있다. 박 센터장은 “2026년 월드컵에서의 적응력과 현지 정보들을 확실히 흡수하고자 했을 것”이라며 아래와 같이 해석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다른 유럽 리그로의 이적도 충분히 가능했던 선수라서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강력한 목적의식을 갖고 과감하게 결정했고 이미 손 선수는 미국에서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톰 기자가 놀랄 만큼 팬 서비스나 미디어 접촉에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 미국에 가기 이전부터 손 선수는 항상 팬들에게 진심이었고 친절했다. 무엇보다 요즘 손 선수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잉글랜드에서 축구할 때보다 부담을 덜 느끼고 행복 축구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런 손 선수의 모습을 보는 한국팬들도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 센터장도 “너무 편해 보이고 행복하게 즐기며 많이 웃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토트넘에서의 케인처럼 손흥민 선수의 공격 듀오가 된 부앙가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다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