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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진숙의 체급을 키워주는지 모르겠다”

[박성준의 오목렌즈] 92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초등학생들도 다 알고 있을 것 같다. 굳이 이진숙 전 위원장(구 방송통신위원회)에게 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모습을 연출해줄 필요가 없다.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는데 나오지 않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는 법률적 정당성을 논하는 게 아니고, 법원이 발부해준 영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영등포경찰서가 경찰청에게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고 단독으로 밀어붙였을 리가 없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지휘를 받았을텐데 유 대행은 “절차에 따라서 집행했고, 법원에서도 체포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야권을 자극할만한 정치적 중량감이 있는 인물을 강제 구인할 때는 정무적 판단과 후폭풍에 대해서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일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리고 “이진숙 체포 뉴스를 접한 ‘뜻밖’은 쉽게 가시지않았다. 면직된 후 무슨 새로운 범죄를 도발하였나? 그것이 아니었다”면서 아래와 같이 밝혔다.

 

워낙 고위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태도와 자세를 잃고 길길이 날뛴 그였기에 법카 부정 사용 외에 처벌될 만한 수위의 폭언이 넘쳐났겠지만 면직 후 불과 며칠 후 수갑 찬 그의 모습을 수도 없이 볼수 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불편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소환에 절대로 응하지 않을, 면직과 사법 처리를 ‘여전사의 탄생’으로 스스로 미화하는 이진숙에게 형사-검사-판사로 이어지는 정당한 체포 집행 즉 자택에서 수갑 채워 연행이라는 절차는 1차원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진숙과 그의 동료들 국힘이 어찌 반응할 것인지를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것은 순진함 혹은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에 따른 과잉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 역시 “여러 이슈들에 대해 비평하고 페북에 써왔지만 이번 일은 글을 안 썼다”며 “의도적으로 안 썼는데 왜냐하면 지금 이진숙씨가 원하는 대로 키워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목렌즈 대담은 통상 전화로 진행했던 것과 달리 9일 오전 박 센터장이 머무는 서울 자택에서 대면으로 진행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24년 8월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여러 극우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고 여전히 기관장 신분을 갖고 있음에도 “좌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라면서 “다수의 독재로 가게 되면 민주주의가 아닌 최악의 정치 형태”라고 반발했다. 민주당과 민주당계 시민단체는 이런 이 전 위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이재명 정부가 기존의 방통위 조직을 해체하고 이 전 위원장이 자동 면직되자마자 경찰의 체포 집행이 이뤄졌다. 박 센터장은 “왜 몸집을 키워주는지 모르겠다”면서 아래와 같이 역설했다.

 

그러니까 이진숙씨가 가지고 있는 벤치마킹은 윤석열 모델이다. 못해도 한 동안 만큼은 탄압 받는 이미지를 확장하려고 할 것이다. 대구시장 주자로 유력해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선택지가 없다. 윤석열 정부 때다 다수 야당에 의해 탄핵을 당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불편하고 어색한 동거를 하며 왕따를 당했다는 정치적 상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강경 보수 진영에서 더 크는 거 외에는 돌아올 길도 없다.

 

표현 범죄와 정치적 중립 의무와 같은 위법 논란을 두고 체포까지 할 일이냐는 동정 여론도 받게 됐다. 박 센터장은 “사실은 그것 갖고 이진숙이라는 인물을 이렇게 키워줄 만한 큰 범죄냐”며 “그냥 조용히 몇 번 더 출석 요구하고 그랬으면 됐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다가 체포영장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출석 일정을 조율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추석 이후까지만 잘 넘겨서 그 이후에 소환했으면 적어도 지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실책이 뭐냐 하면 추석 밥상에 이진숙을 올렸다는 게 실책이다. 이진숙 개인의 정치 커리어 뿐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에게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박 의원도 “온국민이 이진숙의 수갑과 그의 독설 그리고 석방 후 의기양양한 그와 동료들의 모습을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시청해야만 했다”고 한탄했다.

 

사법의 본질이 쇼에 훼손된 사건이나 그 사법이 무엇이냐를 달리 보는 국민도 있다. 6차례 불출석 외에 한 번 더 공개 소환, 체포영장 집행 전 공개적 집행 의지 피력이 왜 없었던가? 구속영장과 엄연히 다르게 평가하는 체포영장의 발부와 집행이 판사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실무 관행을 도대체 따져보기라도 했던가? 형사들이여!

 

이미 이 전 위원장의 차기 대구시장 지지도가 20%에 이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현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 전 위원장이 큰소리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박 센터장은 “사실은 이진숙씨가 쫓겨야 되는 것인데 거꾸로 민주당과 여권이 쫓기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공수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뭔가 경찰이 쫓기는듯 바로 진행해서 마치 내가 아무 잘못 없는데 잡혀 들어가는 것 같은 이상한 그림을 만들어줬단 말이다. 그러면서 이제 대표적인 탄압받는 정치인처럼 되어버렸다.

 

이미 이 전 위원장의 입은 거칠대로 거칠어졌다. 이 전 위원장은 “이전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집단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하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한다고 했는데 날 잘라내기 위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임되고 정확히 하루 뒤에 수갑까지 채워 압송하는 건 상상하지 못하는 범주”라고 설파했다. 어쩌면 이 전 위원장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영등포경찰서로 항의 방문을 가서 그림 연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박 센터장은 “어쨌든 장관급 인사였는데 지금 사실은 그 수준을 뛰어넘어서 대표적인 국민의힘의 여성 정치인이자 차기 주자처럼 돼 버렸다”고 자조했다.

 

단숨에 5선의 나경원 의원과 거의 동급을 먹는 희한한 경우가 만들어졌다.

 

이 전 위원장은 체포적부심에서 인용 결정을 받고 곧바로 풀려난 만큼 완전히 의기양양해졌다. 박 센터장은 민주당이 “더 이상은 세게 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효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효과라는 게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의 격한 대립 과정으로 극대화됐다. 이제 탄압의 주체가 경찰 내지는 이재명 정부로 돼 있으니까 보수 여전사 프레임을 만들기 아주 좋아졌다. 이걸 활용해서 본인의 정치적인 입지를 계속 키워갈 것이다. 최소 대구시장이나 국회의원 정도까지는 충분히 바라볼 수 있을 거다. 이미 자유한국당 시절 출마를 준비한 적도 있다. 틈을 봐서 당대표에 도전할 수도 있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마땅한 여성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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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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