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93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이번 오목렌즈 대담(10월31일 14시)에서는 APEC 경주를 다뤄봤는데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세계 최강 원투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공간으로 서울이 아닌 경주라는 점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APEC 같은 경우는 아주 오래전부터 경주에서 개최하는 게 정해져 있던 거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기가 좀 쉬웠다. 준비를 몇년간 했던 것인 만큼 이 시기에 여기로 가면 서로 상대방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전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시끄럽기 때문이다. 주 대상국은 누가 뭐래도 중국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다 곁다리로 끼어 있는 상황이다. 중국만 칠 수 없으니까 다른 국가들도 치는 거다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챔피언 랭킹 1·2위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까가 매우 중요했다. 사실 국내 말고 전세계 언론들에서는 APEC 자체 보다도 거기에 더 관심이 쏠려 있던 게 사실이다.
박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별 소득 없이 돌아갔다”고 해석했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통상 모델은 반 자유무역, 반 WTO에 가깝다. 통상 적자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그래서 미국에 물건을 팔려면 엄청난 관세를 감당하라는 강요를 일삼는다. 아니면 관세 좀 깎아줄테니 미국 본토에 투자하라고 흥정을 한다. 이것이 핵심 기조인데 APEC 자체가 상호 다자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니 특정국의 이익을 과도하게 밀어붙이기 곤란한 공간이다. 쉽게 말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갑의 위치에서 ‘삥뜯기’를 하기가 불리한 곳이 APEC이다. 미국 말고도 주요 제조업 강국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이라고 하면 그냥 모형 금관(무궁화 대훈장과 신라 금관 받음) 하나 가져갔다 정도가 소득일까?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과는 달리 타국의 상황에 1도 관심이 없고 오직 미국 내 자신의 입지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모든 정상들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지만 타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외교를 펼치지만 트럼프식 일방통행은 유명하다. 그러니까 1기 트럼프 때도 그랬지만 2기에는 시야를 좀 더 좁혀놨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상당수 미국 국민들에게는 트럼프식 관세 전쟁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물가만 높아진다. 트럼프 본인의 시각과 미국 국민들의 시각에 갭이 생기고 있다는 걸 본인도 알게 될 시점이라서 APEC에서 나름 성과를 내고 싶었겠지만 성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기사를 쓰다가 문득 수많은 외교 이벤트들이 있을텐데 한국에서 그것도 비수도권 지역에서 APEC을 개최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일단 APEC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인데 1989년 당시 호주 총리의 제안으로 출범했으며 처음에는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중미 국가 장관들이 참석하다가 1993년부턴 ‘정상’들이 참석하는 주요 외교 행사로 격상됐다. 매년 11월 특정 개최지에 모여 다자회의를 하는 외교 이벤트로 자리잡았는데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루지만 비경제 의제들도 논의된다. 한 마디로 유럽, 아프리카, 남미를 제외한 전세계 리더들이 참석하는 핵심 외교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33차인데 대한민국에서는 1991년(서울)과 2005년(부산)에 이어 3번째다. 2015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23차 APEC에 참석하던 중 2025년 한국 개최를 제안해서 성사되었다.
APEC 주관 공식 회의 말고도 주요국 정상들끼리는 별도로 정상회담을 갖기 마련인데 지난 주말(10월31일~11월2일) 경주에서는 미중(10월30일), 한미(10월29일), 한중(11월1일) 정상회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밖에도 8개국 정상 특별만찬(한국/미국/태국/싱가폴/호주/베트남/뉴질랜드/캐나다), 한일 정상회담, 중일 정상회담, 각국 정상 공식 만찬과, 한국-엔비디아 AI 동맹 등 주요 이벤트가 줄지어 개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호주·캐나다·싱가폴·뉴질랜드·베트남·태국 정상들과도 릴레이 정상회담을 했다. 사실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빌드업을 거쳤는데 각국 대표단들이 외교, 해양, 고용노동, 교육, 무역, 반부패, 디지털 AI, 식량안보, 문화산업, 에너지, 보건, 재무 등을 의제로 사전 회의를 이어왔다. APEC 경주의 최종 합의 결과물 ‘경주 선언’을 발표하기 위한 밑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돌아와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주의로 전세계 민심을 잃고 있는 틈새를 공략해서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한국을 떠났는데 그 이후 공개된 시 주석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다자 무역 시스템을 함께 지키자. 진정한 다자주의를 이행하고 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 시스템의 권위와 효과를 제고하자.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들고 산업망·공급망 안정을 함께 지키자.
교과서에서 배우길 미국은 자본주의적 질서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자유 진영의 맹주이고, 중국은 사회주의적 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공산 진영의 맹주다. 그런데 2025년에 이르자 위치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 주석의 입에서 ‘제발 자유무역 좀 하자’는 말이 나올 지경이 됐다. 1기 트럼프 집권기 이전부터도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와 관계 없이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미중 환율 및 금리 전쟁이 치열하긴 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가 도래한 이후로 벌어지는 노골적인 관세 압박은 그 양상만 봤을 때 유례를 찾기 힘들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특성이 지나치게 미국을 과잉 대표하는 측면이 있어서 미국이 영구적으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를 선택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 허나 미국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선출된 만큼 트럼프 이후의 미국에서도 보호무역주의적 외교통상 기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저희가 보편적으로 볼 때 그냥 일반적으로 볼 때 미국은 자유주의의 대표고 중국은 사회주의의 대표다라고 알고 있다. 경제의 측면에서 그랬는데 완전히 반대가 되고 있다. 중국이 제조업 강국으로서 자유무역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묘한 아이러니를 갖게 됐다. 트럼프는 자국 우선 무역을 외치고 있다. 그러니까 거의 타국과의 무역을 봉쇄하다시피 미국 땅에서 만들어! 미국 사람들 채용해서 만들어! 이런 주장을 하고 있고 중국은 오히려 미국하고 반대로 가다보니까 누가 자유주의 무역의 선봉자인지 모르겠다.
사실 APEC 자체가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성격이 있는데 트럼프식 일방주의는 모든 걸 꼬이게 만들었다.
자유무역 지대를 넓히기 위해서 가장 앞장섰던 미국이 나프타(현 USMCA)를 창설하듯이, 아시아만이 아닌 아시아·태평양으로 넓혀서 APEC의 범위를 넓힌 것은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 대해 미국이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라는 뜻이다. 굳이 태평양을 끼워넣어서 전혀 다른 대륙에 있는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가 원에 들어오도록 한 것은 미국이다. 그렇게 30여년이 흘렀는데 당연히 중국이 고운 눈으로 볼 리가 없다. 아주 전통적으로 중화사상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적어도 아시아에서 만큼은 미국보다 우월한 목소리를 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전통 질서가 충돌하는 곳이 APEC이라고 보고, 이번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적어도 트럼프 시대에는 APEC에서 미국이 중국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국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는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 트럼프의 관심도는 APEC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9년까지다. 아직 많이 남았다.
지금 이러한 상황이 되게 아이러니한데 꽤 오래 갈 것 같다. 트럼프라는 정치인의 임기가 꽤나 남았고 물론 노킹 시위대(‘No Kings 왕은 없다’/왕이나 독재자처럼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주의 회복 주장)가 성공해서 끌어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고. 그러면 최소 4년은 앞으로 더 해야 되는데 지금 시진핑하고 강하게 부딪히게 될 4년은 다른 때의 4년 하고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1기 때보다 중국이 더 세졌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