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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딸은 ‘독립성’을 강조하지만 ‘어머니 후광’ 다 누렸다?

[박성준의 오목렌즈] 95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국회 과방위원장)이 국정감사 기간 딸의 결혼식을 국회 사랑재에서 치렀고, 청첩장에 신용카드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해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실제로 피감기관과 피감기업들이 축의금을 냈고 결혼식에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최 의원의 딸은 뒤늦게 프로필을 잠궈서 페이스북 계정을 백지로 만들어놨지만, 이미 1년 전에 웨딩 사진과 결혼식을 곧 치를 것이라는 증거들이 그대로 드러난 뒤였다. 최 의원은 그 당시 딸의 웨딩 사진 게시물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허나 최 의원은 “문과 출신으로서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의 결혼식 날짜도 몰랐고 유튜브(가로세로연구소)를 보고 알았다”고 해명을 한 상황이라 더더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갈수록 논란이 커지자 최 의원의 딸 정씨는 10월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문을 냈다.

 

국감 기간에 일부러 맞추어 결혼식을 한 것이 아니다. 준비하고 있는 시험의 2차 시험이 끝난 이후로 결혼식 스케줄을 결정했다. 나는 27살이다. 내 나이 친구들이 그러하듯 방황하고 진로를 찾고 취직과 수험에 좌절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결혼을 미루기도 했다. 모든 것은 나의 선택과 결정이지 어머니와는 상관 없다. 내가 그냥 어릴 때부터 나의 일을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자식이어서 그렇다. 어머니의 사회적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결정하였던 일로 인해 이런 곤욕을 치르게 해드려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다. 가슴이 타들어간다. 제발 사실이 아닌 것들의 보도를 멈춰달라. 부탁드린다.

 

 

이번 오목렌즈 대담에서는 최 의원의 딸 결혼식 논란을 짚어봤는데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딸의 입장 발표가 좀 늦었다”며 “혼주나 혼주 부모 계좌가 공개되는 건 아주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뭐냐 하면 그 어머니가 보통 사람이 아니고 그 결혼 장소가 어딘가? 국회”라는 점을 환기했다.

 

국회에서 결혼식을 하는 국회의원이자 상임위원장의 자녀 결혼식인데 계좌를 공개하면 당연히 그 자체로 피감기관들이 돈을 안 보낼 수가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방송사, 통신사, 인터넷 기업들은 전부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축의금을 울며 겨자먹기로 보내야 한다. 특히 30만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오래전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특정 자격 조건에 해당해야 한다. 즉 전현직 국회의원, 국회 공무원, 국회 노동자와 인턴, 상주업체 종사자, 위 해당자의 직계비속 등이어야 한다.

 

 

최 의원이 이미 결혼식 날짜도 몰랐다고 말을 해놨으니 어머니를 통해 예약을 한 것이 되면 그 자체로 비난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씨는 “국회 의원실 채용사이트 공고를 보고 공채로 들어가 근무”했던 만큼 어머니와 상의 없이 스스로 예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모녀간에 생활 분리가 돼 있고 개입과 간섭을 잘 안하더라도 결혼식 언제쯤 한다는 말 정도만 전달했으면 그 날짜가 과방위원장으로서 국정감사 기간과 겹친다는 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딸과 엄마의 관계가 상호 독립적이고 27살이나 먹었기 때문에 결혼 얘기를 아예 안했다는 것이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결혼 날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신중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어머니와의 독립적인 관계가 과거 방송으로도 알려졌고 스무살이 되자마자 독립해서 따로 생활하고 있다면 장소를 바꾸든지 계좌번호를 공개하지 말고 현금으로만 축의금을 받게 했다면 됐을 것이다.

 

지난 2016년 최 의원과 정씨는 EBS <리얼극장 행복>에 출연한 적이 있다. 해당 다큐 방송에서는 악화된 모녀 관계와 함께 일하는 바쁜 엄마와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딸의 상황이 묘사됐고 많은 공감을 받았다. 당시 방송 내용을 소개하는 EBS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그녀가 마흔에 얻은 늦둥이 딸. 그런 딸이 5살이 될 때까지 모유를 먹일 만큼 최고의 엄마, 똑 부러지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사회단체를 책임지게 되고 정치에 뛰어들어 국회의원까지 되면서 딸을 혼자 두게 되는 날들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게다가 중학생이 된 딸이 왕따 문제로 힘들어하자 그녀는 고민 끝에 딸의 유학을 결정하게 된다. 홀로 싱가포르로 떠난 딸을 늘 걱정하며 노심초사의 시간을 보냈지만 한국에 돌아온 딸은 오히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차갑게 돌아선 딸을 볼 때마다 자신을 졸졸 따르던 어릴 적 모습이 어른거려 마음 아플 뿐이다.

 

바쁜 정치사회 활동으로 딸에게 상처를 준 최 의원은 9년만에 또 다시 딸의 결혼식 날짜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일까? 아무리 봐도 박 센터장은 “장소를 바꾸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상의는 했어야 되지 않을까”라고 거듭 지적했다. 정씨는 입장문에서도 그렇고 스무살 때부터 독립을 했다는 사실도 그렇고 유독 어머니와의 관계성이 독립적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정작 결혼식과 그로 인한 금전적 혜택의 측면에서 어머니의 후광을 최대치로 이용하려고 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박성준 센터장: 다 좋다고 치자. 날짜를 어쩌면 계속 몇 번을 시도하다가 정해진 날짜가 딱 거기였을 수도 있다. 다만 이미 힘들게 예약이 된 상황이라고 해도 어머니가 현직 상임위원장으로서 국정감사가 치러지는 그 시기에, 본인도 국회 의원실에서 근무를 해봤다면 의도적으로 좀 피해서 다시 잡는 선택을 어렵더라도 왜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어쨌든 국회라는 공간은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가장 큰 공간이다. 어머니가 재선급이지만 상임위원장까지 하고 있다면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결혼식을 국회에서 이 시기에 하면 어떤 공격을 받게 될지도 이미 알고 있을 사람이다.
박효영 기자: 유독 딸이 빨리 독립적이어지고 싶어서 결혼도 일찍 하고 실제로 스무살 때 집을 나가고 그런 걸 잘 알겠는데. (정씨와 최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특정 시기와 특정 장소에서 결혼식을 한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후광과 혜택을 크게 받게 된 것이다. 축의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뒤늦게 논란이 돼서 돌려보내려고 했다고 해도, 신용카드 결제 링크까지 걸어놨던 만큼 엄청난 액수의 축의금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박성준 센터장: 27살이고! 독립적이고! 그런 얘기를 하기 전에 그런 독립적인 판단과 결정을 왜 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박효영 기자: 내 말이 그 말이다. 자기가 그렇게 하면 따라오는 결과를 왜 예측을 못하냐는 것이다.
박성준 센터장: 그러니까 답답한 것이다. 본인이 그 국회라는 공간에 있어 봤다면 이런 분위기를 알았어야 한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어서 좀 심하게 얘기하면 엄마한테 일부러 피해를 주려고 그렇게 결정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운 부분이 크다.

 

 

 

사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정치적 책임이나 도의적인 문제를 떠나 위법 여부도 가려져야 한다. 청탁금지법 8조 1~2항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 관련 여부나 명목과 관계 없이 어떤 이유에서든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이상 매년 총액 300만원 이상을 수령하면 그 자체로 위법이다. 김수민 평론가는 페이스북에서 “결혼식을 두 번 했다는 건 주요 의혹이 아니”라며 “피감기관이나 국회 관계자 중 100만원 넘게 낸 사람들이 있고 사랑재 예약이 최 의원 ID로 접수된 것. 이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정씨와 최 의원이 청첩장을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대놓고 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박 센터장은 “알음 알음 품앗이 하듯 다른 의원실에 꽂아주는 게 일종의 관례처럼 돼 있을 것”이라며 “본인이 아무리 개인의 이름으로 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최 의원 딸인 게 다 알려져 있고 소문이 금방 난다. 실제로 피감기관들이 보낸 수많은 화환과 축의금이 있다”고 강조했다.

 

(선해해서 그 해명을 믿어준다고 해도) 본인은 이제 엄선해서 몇 군데만 청첩장을 돌렸다고 하더라도 소문이라는 게 한 군데서 생기면 금방 확산되는 것이다. 충분히 그 점을 감안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좀 많이 어리석은 것이다. 그리고 박수현 의원이 또 감싸준다고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말했던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그러다가 일을 더 키우는 것이고 전혀 도와주는 게 아니다. 최민희 의원과 정씨의 실책인 건 확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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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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