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90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추석 연휴를 전후로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다는 뉴스로 논란이 지속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전국민이 불편을 겪었고, 화재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들이 밤샘 복구 작업을 하고 있고 한 공무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시기에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이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나아가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출연하더라도 방영 시점을 미룰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의 생각은 달랐다. 출연과 방영 시점을 변경하는 것은 어려웠다는 측면에서 대통령실의 입장에 공감했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의 고유 포맷을 훼손했다는 지점에서 쓴소리를 했다.
시기의 문제로 봤을 때 지금 국정 홍보의 타이밍이라는 게 이번 냉부해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로 공개된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추석하고 북미권에 추수감사절과 연결해서 또 중간에 경주 AEPC까지 해서 그렇게 연결을 하려면 지금 이 시점이 최적기였다고 본다.

이번 오목렌즈 대담은 통상 전화로 진행했던 것과 달리 9일 오전 박 센터장이 머무는 서울 자택에서 대면으로 진행했다.
대전에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불이 난 시점은 9월26일 20시15분인데 이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9월28일 17시반에 열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은 2일간 회의 주재도, 현장 방문도 없이 침묵했고, 이는 잃어버린 48시간이다. 냉부해를 언제 촬영했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구체적인 스케줄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사실상 9월28일 13시부터 16시까지 촬영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박 센터장은 “대통령실과 대변인이 사실상 거짓 해명을 한 부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확실한 근거 없이 그냥 일단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한 대처였다고 보고 그 대처가 오히려 필요했던 해명 포인트를 희석시켰다”고 주장했다.
지금 국가 브랜드를 널리 알려야 하는 불가피한 타이밍이라는 관점 그리고 냉부해의 포맷을 훼손한 것이 문제라는 관점으로 보고 있는 언론들이 없다. 다들 정치적으로만 보고 싸우고 있다. 사실 지금 같은 시기가 아니라면 1~2주를 연기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왜냐하면 단독 방송이기 때문이다. 추석 특집이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한복을 입고 촬영한 것도 아니라서 방영 시점을 미룰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는데 대통령실이 처음부터 불가피하게 연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진솔하게 밝히고 양해를 구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거짓말을 해서 문제가 커졌다.
결국 국민의힘의 먹잇감이 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관련해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팔걸이 달린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 하나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눈물과 분노, 사퇴 요구와 인격적 비난까지 총동원했다”는 점을 거론했고 “그로부터 11년 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마비된 상황에서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촬영에 참여했다”고 꼬집었다.
행정의 기반이 멈춘 그 시각, 각 부처는 멎은 전산망을 붙잡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밤샘 복구하라는 지시를 받고 실제로 밤을 새웠다. 화염은 멎었지만 복구되지 않는 서버들에 대한 위기감은 복구 작업 중인 사람들을 엄습하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복구에 모두가 진땀을 흘리던 그 시각, 대통령은 세트장의 냉장고 앞에 서 있었다.
300명 넘는 국민이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와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는 엄연히 다르고 인명 피해 여부에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후자도 중대한 사고이지만 박 센터장은 “그냥 정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내로남불 공격할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솔직히 양해를 구하지 않고 거짓 대응을 한 것이 문제이지 홍보의 타이밍상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굳이 재난 사태인 이때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글로벌 홍보에 있어서 시의성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APEC과 서구권의 추수감사절, 우리나라의 추석 등이 맞물리는 타이밍이고 연 2천만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그걸 대통령이 직접 나서든 비서실장이 나서든 중량감 있는 대통령실 인사가 나와서 양해를 구하지 않고 사후에 잘못 대응한 것은 분명 비난을 받아야 한다.
나아가 박 센터장은 <냉장고를 부탁해>의 프로그램 본질을 훼손했다는 점에 집중해서 국민의힘이 공세를 펼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색깔이 있는데 그걸 파괴했다. 대통령실이 원하는 입맛대로 해버렸다. 국민의힘이 그런 아이덴티티를 파괴시켰다라는 부분을 가지고 공격을 하면 오히려 더 크게 더 타격을 입힐 수 있을 만한 공격거리가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디어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았다. 아마도 윤석열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유퀴즈 온더 블록>에 출연했고 그때도 말이 많았다. 프로그램 고유의 포맷을 훼손했다는 측면으로 공격하면 그 사례로 되치기를 당할 수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부메랑이 돼서 자기한테 돌아올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정작 비판해야 될 본질이 아니라 출연과 방영 시점 등 유리한 부분만 가지고 키우고 있다.
과거에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예능 출연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MBC <느낌표>에 나온 적이 있었다. 박 센터장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고 어떤 방송국의 어떤 예능을 활용하느냐 안 활용하느냐도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방송국에서 먼저 제안이 와서 응할 수도 있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나가고자 하는 방송의 아이덴티티를 무너뜨리면 안 된다. 그러니까 나가고자 하는 것의 원래 포맷에 본인들을 맞춰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지금은 사적인 공간에 있는 냉장고가 없으니 가져올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저에 있던 냉장고라든지 그런 걸 소품화해서 최대한 평소의 냉장고 모습을 재현할 수 있었다고 본다. 최대한 사적으로 가지고 있던 냉장고를 가지고 오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현직 대통령이 과거 MBC <무릎팍도사>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가정하면 “갈굼을 받는 컨셉을 해치지 않고 특혜 없이 갈굼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포인트는 뭐냐 하면 시간의 제약 뿐 아니라 재료의 제약이다. 근데 지금 대통령 방영분을 보면 재료의 제약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대통령실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해보고 싶다면 방송사와 합의해서 별도의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었다. 박 센터장은 “특정 프로그램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 따로 편성을 할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지 않고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다면 기존 포맷의 틀을 깨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이번 같은 경우는 굉장히 고심해서 선택을 했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음식을 다루는 그리고 대통령이 어떻게 보면은 엑스트라 내지는 그냥 조연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셰프의 요리 능력이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근데 이번 방송을 보면 시간의 제약만 있어서 재료의 제약 속에 셰프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냉부해 본연의 색깔이 훼손됐다. 완전히 홍보용 프로그램이었다. 이 대통령 부부와 스토리가 있는 그런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덜렁 제철 재료만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