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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의 산재 인정 가로막는 '115만원과 9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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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부업으로 충북에서 배달 라이더를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왼쪽 정강이 근육이 파열됐다. 인대 손상과 골반이 골절되는 중대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배달 중이었으므로 당연히 산업재해로 인정됐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A씨는 지금까지 주 단위로 산재 보험료가 원천징수되고 있었던 만큼 산재가 적용될줄 알았다.

 

 

분명 산재보험료를 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전속성' 문제로 산재를 승인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전속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속성도 뜬금없는 갑툭튀인데 이걸 인정받기 위해서는 요건이 있다. 배달업 등 특수고용노동자가 2곳 이상의 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배달 도중 사고가 나면 해당 주문 건수를 연결해준 업체로부터 벌어들인 소득이 '월 115만원'을 넘거나 노동시간이 '93시간' 이상이어야 전속성이 인정될 수 있다. 1만원만 부족해도, 1시간만 부족해도 산재가 아니게 된다.

 

올 1월 경기도에서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갈비뼈 골절과 신장이 파열된 배달라이더 박재범씨는 물론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전기자전거로 배달을 하다 5톤 화물차에 치여 숨진 40대 여성 노동자의 산재 불인정 사유 역시 전속성이었다. 

 

A씨의 아내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분명히 지난해부터 (배달 라이더의)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고 했는데 사고가 나도 보상은 받지 못 한다. 산재보험법 때문에 전속적인 사업장이 없으면 산재 보상이 안 된단다"면서 "전업도 (보상이) 어렵다는데 부업으로 일하는 우리 남편과 같은 사람들은 근로자로 취급도 못 받는 거냐"고 울먹였다. 

 

 

문제제기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비공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산재보험법상 전속성 규정의 폐지를 논의했다고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관련 의견 수렴에 나서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산재 보상 확대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는데 일각에선 반발도 나온다.

 

평범한미디어와 연락이 닿은 배달 플랫폼업체 3곳 중 2곳은 "기업의 보험료 부담 증가가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이해당사자간 셈법이 복잡하다는 것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다. 전속성이란 개념이 이들의 노동자성을 판가름할 수 없다. 일하다 사고로 다치고 목숨을 잃는 것도 안타까운데 그 고통과 죽음에 대한 보상조차 받지 못 하는 이들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5일 출고된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서 아래와 같이 풀어냈다.

 

산재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한 배달노동자 박재범씨는 배달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는데도 산재보상을 받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하나의 앱에서 월 93시간, 115만원의 소득을 벌지 못하면 전속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보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전속성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다. 이 황당한 단어는 정부와 국회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2020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속성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민주당은 전속성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하였지만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약속은 하지만 지키지는 않는 사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은 박재범씨는 1000만원의 치료비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3월30일 사망한 배달노동자는 전속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산재보상이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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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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