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좁은 골목길 '덤프트럭 기사' 고의로 항의하는 할머니 들이받았나?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정말 두말하면 입 아픈 이야기지만 면허 취소 상태라면 절대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 법적 처분을 지키는 의미보다 본인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국가에서 내린 행정 처분을 가뿐히 무시하고 화물차를 운행해서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파렴치한 범죄자가 있다.

 

사건은 지난 12일 발생했다. 오전 8시48분 즈음 인천시 서구 대곡동의 한 이면도로에서 운전기사 54세 남성 A씨가 몰던 26톤 덤프트럭이 75세 할머니 B씨를 들이받았다.

 

B씨는 평소 화물차들의 잦은 통행으로 인해 자택에 균열이 발생하고 굉음 피해가 심하다며 항의를 했었다고 한다. 비단 B씨만의 주장은 아니었고 실제 인근 주민들 모두 공통으로 겪고 있는 단골 민원사항이었다. 대형 트럭들이 지나갈 때마다 "집이 흔들리고 무너질 것 같았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블랙박스 영상을 직접 보니 정말 통행로가 좁긴 좁았다. 덤프트럭이 못 지나갈 정도는 아니지만 바로 옆에 딱 붙어 있는 주거지에 엄청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게다가 해당 구역은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제대로 안 되어 있고 구불구불한 형태의 내리막길로 되어 있어 언제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비극이 일어난 그날 B씨는 밭일을 보다가 덤프트럭을 발견하자 곧바로 항의하기 위해 조수석쪽으로 다가갔다. 이쪽으로 통행하지 말라는 취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B씨는 조수석쪽을 두드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A씨가 있는 운전석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트럭이 출발해서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아직 사고 경위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2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는 아무리 봐도 홧김에 액셀을 밟아버린 것 같다는 입장이다. 고의에 의한 살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대로 지나가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땐 A씨가 고의로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박 기자는 B씨가 조수석쪽을 두드린 뒤 앞으로 돌아서 운전석으로 가려고 했기 때문에 A씨가 그걸 못 봤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하지만 A씨는 B씨가 조수석쪽을 두드린 뒤에 뒤쪽 방향으로 돌아갔다고 여기고 빨리 출발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A씨가 우측 사이드 미러를 통해 확인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럴리 없다는 게 박 기자의 판단이다.

 

 

A씨는 구급차를 부르고 응급 처치를 하는 등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 하지만 인천서부경찰서 수사관들은 CCTV 등을 분석해서 차량 번호판을 알아냈고 포위망을 좁혀갔다. 이내 A씨는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A씨는 “B씨가 차량에 치였는지 몰라 이동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범한미디어는 그동안 대형차 사고(선릉역 지나던 '라이더의 비극'/공사장에서 '덤프트럭'에 치인 자전거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들을 보도하면서 시야의 사각지대 문제를 부각한 바 있다. 이번에도 덤프트럭의 사각지대로 인한 고의없는 사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 B씨가 조수석을 두드렸다는 정황이 있고, 앞쪽으로 돌아서 운전석으로 가려고 했는데 A씨는 그걸 기다리지 않고 그냥 액셀을 밟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A씨는 무면허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음주운전이 적발되어 면허가 취소된 것이었음에도 운전대를 잡았다. 면허 취소는 면허 정지와는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반드시 면허를 다시 취득해야 운전을 할 수 있다. 물론 운수업을 하는 사람에게 면허 취소는 생계를 위협하는 가혹한 처분일 수 있다. 그러나 운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왜 음주운전을 하는가? 그럴수록 더더욱 철저히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끔 운전을 하는 사람은 어쩌다 한 번쯤은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해하지 말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절대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을 해도 되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A씨는 운전대를 잡을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자숙했어야 했다. 하지만 A씨는 그새를 참지 못 하고 무면허 상태로 운전을 감행해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 무면허 운전은 도로교통법 152조에 의거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물론 A씨는 뺑소니범이기 때문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까지 적용받게 된다. 도주치사는 최소 징역 5년에서 최대 무기까지 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나아가 A씨가 B씨를 인지했음에도 고의로 액셀을 밟았다는 것이 입증되면 살인죄로 의율될 수도 있다. 

 

명심하자. 아직 면허를 따지 못 한 상태든, 원래 면허가 있었는데 취소되었거나 정지된 상태든,

무면허 상태에서는 절대 자동차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

프로필 사진
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관련기사

7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