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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차동차’ 몰래 갖고 나와 친구들 태웠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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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운전면허가 없는 미성년자는 운전을 하면 안 된다. 당연한 상식이다. 그러나 면허도 없는 청소년들이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일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평범한미디어에서도 이 주제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 바 있다.

 

안타까운 사고는 추운 겨울날이었던 지난해 12월10일 방생했다. 모두가 거의 잠든 새벽 4시10분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신원역 교차로 인근에서 한 승용차(SM5 뉴 임프레션)가 갑자기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충격을 받은 차량은 그대로 전복되고 말았다. 당시 차에 탑승한 인원은 총 4명이었는데 모두 고등학교 1~2학년생 미성년자였다. 결국 이 충격으로 남학생 A군, 여학생 B양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동승한 남학생 2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 2명이 죽고 2명이 크게 다쳤다. 부상당한 학생들은 사고 이후 3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을 것이다.

 

전신주를 어찌나 세게 들이받았던지 탑승자 2명이 그대로 차 밖으로 몸이 튕겨져 나갔다. 

 

 

그런데 자동차는 어디서 구한 것일까? 도난을 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이 직접 차를 구매했을리는 없다. 이 차 역시 ‘엄카’였다. 사고 차량은 사망한 여학생의 모친 소유였다. 통상 한국에서 미성년자가 차를 확보하는 방법은 △부모님 차량 몰래 △신분증 위조해서 렌트카업체 대여 등 2가지다.아무래도 미성년자 시기에는 운전을 하는 게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어른들이 자신의 친구들이랑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떠나는 것이 부럽게 보였을 거다. 그래서 이들도 차를 몰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더 끌리는 법이니까.

 

사고 시간대도 새벽 4시인데 부모들이 한창 숙면 중이었을 때다. 차 키를 몰래 빼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겁없는 10대들은 새벽 시간대 차가 많이 없어 운전하기 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변을 당했다. 새벽 시간이든 아니든 차가 많든 적든 운전 경험이 미숙하다면 당연히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신주와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정도로 운전 능력이 형편없을텐데 다른 차량들이 도로에 없으면 뭐 하나? 현행법상 운전면허 취득 연령은 만 18세 이상(2005년 4월생)이다. 한국식 연나이로 치면 생일이 지난 고3부터 면허를 딸 수 있다. 그런데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1~2학년으로 모두 무면허다.

 

 

미성년자의 운전이 위험한 이유는 간단하다. 운전 능력의 핵심은 반복과 능숙함이다. 운전을 많이 해봐야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미성년자는 허용되지 않은 운전을 몰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걸려서 운전을 못 하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고 안 걸려서 차를 끌고 도로로 나오게 되는 날은 운수가 안 좋은 날이다.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10대 무면허 운전은 은근 자주 발생하고 있다. 불과 2개월 전에는 면허가 없는 10대 미성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신호를 위반하고 고향에 내려온 20대 보행자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안타까운 비극이 있었다. 불과 16세였는데 대담하게도 다른 사람의 면허증을 이용하여 비대면 카셰어링 업체를 통해 차를 빌렸다. 업체가 대면을 하여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명백한 범죄행위다. 

 

가장 유명한 '쏘카' 외에도 '그린카'도 있는데 카셰어링 및 렌트카업계에는 끊임없이 후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손님몰이에 혈안이 되어 느슨하게 신분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왕왕 있을 수밖에 없다. 신분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그런 틈새를 청소년들이 노리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무면허 운전자의 렌트카 사고는 2021년 기준으로 무려 300여건에 달했다. 20세 이하 운전자가 낸 사고는 30% 이상이었다.

 

 

일부 청소년들은 △성인의 면허증과 폰을 도용(부모가 자고 있을 때)해서 앱 접속 △오픈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전문 브로커가 돈을 받고 미성년자에게 명의 대여 등 대표적인 2가지 방법으로 차를 빌리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비대면 차량 공유 플랫폼들이 좀 더 강력한 신원 확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실제 자동차 시동을 켤 때 화상 통화를 해서 신분증의 사진과 운전자의 얼굴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예 쏘카와 같은 곳에서 신규 회원가입을 받을 때는 무조건 대면 면접을 보게 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하더라도 이미 쏘카 회원인 성인이 해당 계정을 미성년자에게 유료로 빌려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청소년이 맘만 먹으면 차를 확보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브로커 등 청소년의 일탈 운전을 부추기는 성인들에 대해서 적발됐을 경우 강력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 부모도 차키를 아무 곳에나 두지 말고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교육기관에서도 청소년들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

 

한편, 교통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청소년의 카셰어링 업체 이용 문제와 관련 법률적인 부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공유앱을 통해 빌리는 경우에 대해서는 법의 사각지대였습니다. 통상적으로 차량을 임차하는 사람이 유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대여하는 것은 여객운수사업법에 따라서 금지,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원의 벌금형을 두고 있는데요. 문제는 공유앱을 통해 성인의 계정을 돈을 주고 빌려서 미성년자가 직접 타는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올해 1월 20일부터는 명의대여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빌려주는 사람, 빌리는 사람, 알선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벌금형에 처하도록 이제야 법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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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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